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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외1편 /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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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20-05-19

 

 

 

도마 / 박준희

 

양파를 받아 들면

재채기에 감기처럼 눈물이

마늘 빻는 소리 머리를 뒤흔들고

얼기설기 날카로운 칼집에

한바탕 내 몸은 전쟁터

 

대파 차렷 자세로 누웠다 잘려 나가고

육질 부드러운 돼지고기 차례가 지나가면

전쟁을 치르고 난 후의

깨소금 같은 달콤한 휴식

 

오늘은 주인집 딸의 생일상

뚝딱뚝딱 날카로운 칼날도 참아야 하고

등으로 스며드는 매운 고추의

뜨거움도 참아야지

어미의 본성이니

 

이 몸 위에서 만들어지는 행복

또한 내 가족의 행복이니

 

 

자전거 / 박준희

 

사람을 기다리다 지쳐 한쪽 무릎이 꺾인

고향 집 늙은 느티나무 아래

바퀴마저 달아나 버린 녹슨 자전거

 

아버지의 넓은 등에 매달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강가를 달리던

꽃무늬 원피스에 반짝이는 빨간 구두

 

빛 바랜 흑백사진 속처럼 멈추어 버린 시간이

그곳에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불에 덴 것처럼 살아 오르는 통증

 

느티나무도 사람이 그리웠는지

내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이며 말을 걸어오더니

나뭇잎들 자분자분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석양이 아버지 누운 곳을 붉게 물들일 때

그곳에 나를 두고 돌아오는 저녁

 
 

 

박준희 약력창원거주2019<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추천으로 등단
시사모 동인지 공저; 내 몸에 글을 써다오, 나비의 짧은 입맞춤

시사모 동인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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