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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 외1편 / 김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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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20-02-25

 

  © 시인뉴스 포엠



누수 / 김 승

 

유리창 틈새로 흘러드는 빗물

신문을 깔아서 빨아먹게 했다

 

물먹은 단어들이 걸어 나와

거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몇몇 단어들은 숨겨둔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진 몇 장이 눈을 아프게 했고

어떤 기사는 귓속에 들어가

동굴처럼 아늑하다고

윙윙거리며 나오지 않았다

 

비에 젖은 사과 촉촉해진 입으로 재잘거리고

이른 추위가 온다는 예보는 가슴까지 출렁거렸다

 

붙어서 펼쳐지지 않는

퉁퉁 불어도 입을 열 수 없는 뒤 페이지 글자들은

무덤 같은 신문에서 꺼내 달라고 아우성이다

 

골목 가로등 켜지니

유리창에 붙은 방울방울 작은 눈들

전구 하나씩 가슴에 안고

불 꺼진 거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빗방울 속으로 이사해

따뜻한 불빛 하나 품고 이 가을을 건너고 싶은 저녁

 

 

 

버스 연못 / 김 승

 

 

고속버스는 달리는 연못

차창을 헤엄치는 올챙이들의 군무群舞

 

줄을 지어 달려가는 모습

바닥에 누워 가만히 본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배경화면은

낡은 이발소에 걸렸던 루체른 호수*

 

축축이 젖은 눈망울

창문 안쪽을 들여다보며

열어달라고 아우성

 

손바닥을 오므려 한 마리만 건지려 해도

순식간에 뒤로 가고

 

속도를 못 이겨 뒤로 뒤로 밀리다가

유리창을 잡았던 손아귀의 힘이 풀리면

 

불어난 강물처럼 단호히

한 방향으로 거칠게 달려간다

불안한 생을 마감하려는 본성

 

미끄러지면서 자꾸 멀어져 간다

잠시 잠시 눈 마주친 물방울 올챙이들

 

 

 

*스위스에 있는 호수 이름

 

 

 

 

 

김 승 약력
2019<시와 편견>으로 등단
저서 <시로 그림을 그리다;2017> <오로라 & 오르가즘;2019>
시사모 동인 / 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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