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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아 포르테 외1편 / 최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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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20-02-24

 

  © 시인뉴스 포엠



 

포르테 아 포르테

― 비탈에 묶인 염소에 대한 전언 1

 

 

 

길바닥을 씹어먹는 파쇄기처럼

나는 종이를 씹는다

덩어리덩어리 뒤로 쏟아낸다

파쇄된 아스팔트 길이 굴러떨어져

눅진하게 발 끝에 걸려 있는

나에 대한 사용설명서

따위

끝내 당신을 파쇄하지는 못할 거라는

오만

미소까지

버팅기는 완강한 힘과

휘어진 뿔로 당신의 직선 길을

철저히 썰

고 씹

고 삼켜주마

나는 흰자위 없는 노란 눈알을 깜박이지도 않고

당신을 노려본다 보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철저한 믿음으로

만면에 띤 당신의 웃음을 멍석처럼 말고 있다

땡볕 언덕에 묶인 채 서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당신이 박아놓은 녹슨 말뚝

 

 

붙박힌 자리를 계속 들이받으며

내게 묶인 말뚝을

저히 뒤

흔든

다 무릎 꿇어본 적이 없는 다리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부동의 자세로

 

 

그리고 땅은 천천히 염소를 뿜어올렸다

 

 

 

포르노 오 포르노

― 비탈에 묶인 염소에 대한 전언 2

 

 

 

손 내밀면 새가 떠난다

 

 

후두두 비 오고

고인 물에 새의 날개가 스민다

수면이 떨린다

 

 

매캐한 저녁이 목울대를 울리고

내 추운 언덕 아래 불 때는 사람들이

하나

빠짐없이 울음소리에 귀기울인다 비로소

안심하며 내 울음을 덮고 자는

 

 

나는 보여지는 자

모든 사람이 검지손가락으로 뒤적이는 자

유리 마루에 올라가 나체로 춤을 추는 동안

희번득 눈알을 굴리는 관객들

에게

슬픔으로 퀼팅된 웃음을 파는 자

 

 

나는 벽의 무늬에 양파를 밀어넣은 적이 있다

숨겨둔 벽지를 씹

으며 씹으

예언이 될까봐 하지 못한 말

 

 

울음소리도 화석으로 굳어가는 돌 속의 새를

덩어리덩어리 뒤로 쏟아낸다 이제

새들과 마주치지 않아도 좋을 종점에서

천천히 기뻐지는 소식처럼 나를 죽여줘요

 

 

나는 기울어진 언덕에 말뚝박힌 자

어디서나 보여지는 자

 

 

울지 않으면 그들은 내게 돌을 던지죠

내가 울어야만 먹이를 주고

내가 선사한 예쁜 꽃

하나도 받지 않아요

 

 

손 내밀면 나에게서

애먼 내가 무수히 빠져나가고

 

 

그리고 땅은 천천히 염소를 뿜어올렸다

 

 

 

 

 

최세라 2011년 『시와반시』 등단

       2015년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 출간

       2020년 시집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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