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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못 외1편 /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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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20-02-21

 

  © 시인뉴스 포엠



 

 

구부러진 못

 

                                    김인구

 

볕이 잠시 앉았다 떠난 따스한

 

그늘 아래로 너,

 

몸을 구부렸구나

 

너도 많이 외로웠구나

 

나도 그 곁에 나란히 마주보고 누워본다

 

서로 마주 보고 누우면 외로움의 각도

 

작아져 마침내 흔쾌한 이 되지 않을까?

 

푸른 바람 한 줄 따스한 그늘 밑으로

 

올라오는 오후가 거기 그렇게 서서

 

한웅큼 쏟아지는 우울을 가리고 있다

 

들락거리는 햇볕만이라도 소박하게 끌어안고

 

이 그늘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폭 마누라

                               김인구

 

부항을 떴다

등에 둥그런 비늘이 돋았다

흑룡이든 어룡이든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가슴에

빨갛게 욕망이 돋았다.

 

세상을 품어 승천하고 싶었던

천 년 이무기의 옷을 벗지 못한 채

돋아난 비늘이 자꾸 허공을 향해 달아나려 했다.

 

난폭한 날개를 가지런히 쓰다듬으며 조폭마누라가 되었다.

한 때 여린 꽃 한 송이기를 간절히 빌었던 손끝에

칼침을 꽂고 거친 낙법으로 뿌연 세상을 가르는

이단 옆차기 돌려차기는 나만의 세상사는 방식

 

세상 모퉁이 외진 곳에서 꽃잎을 떨구고

생채기 난 비늘을 깁는다.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꿈꾸었던 한 때 저돌적인

용의 날개를 겨드랑이에 감추고 앉아

세상과의 사투를 벌인다.

 

발갛게 돋은 둥그런 비늘을 보이지 않게 매만지며

한 번도 추락을 꿈꿔보지 않은 가슴

승천의 푸른 꿈을 일상으로 접고 있다.

 

 

 

 

 

 김인구 약력

 

 

전북 남원출생. 1991년 『시와 의식』 여름호에 <, 여자> 2편을 발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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