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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시 분재 외1편 / 조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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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벽솔기자
기사입력 2020-02-19

 

  © 시인뉴스 포엠



             노아시 분재

 

                                   

밀물이 드는 밤엔 침실에서도 노아시 꽃 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연수만큼의 키와 무게를, 햇빛과 바람을, 나는 당신의 마음에 꾹꾹 누르고 다져 넣어 가부좌를 틀었다 뼈를 깎아 희고 단단한 길도 만들었다  

 기다림이 오래 익으면 묵은 상처에도 새살이 돋고 고태미도 반질반질 흐를 것이다 내 발목의 붉은 옹이들은 고뇌의 고개 몇 구비 돌아온 우리들 신뢰의 흔적이리라

 그리움 자라 하늘에 닿고, 만 리나 물빛 그늘을 펴는 날엔  

아주 먼데 있는 당신도 그 길 따라 걸어 올 것이다

 

 창가에 달빛 부풀어 오르던 날, 잎새 사이에 고개 숙인 다섯 알의 노아시 열매들을 보았다

 문득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젖은 눈 속으로 당신이 자욱한 숲을 끌고 들어오고 있었다

 

 

* 노아시; 애기 감나무.

 

 

 

 가임기可妊期

               

                                 

 

   만추의 노루막이 건너가는 나무들은 무릎 아래 생리혈 좌르르 쏟아놓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나이테를 감을수록 더 찬란한 나무의 생리혈, 꽃보다 곱고 불보다 뜨겁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무거운 휘장 들치고 배란의 지성소에 드는 나무, 흰 등뼈에 부어지는 햇살이 따스하다.

 

나이 오십에

생리가 있다며

 

아직 가임여성이라며

눈동자에 금빛 달을 품던 그녀

 

  천 개의 달을 안고 들어가는 지성소는 어둠의 정수리도 환히 밝힐 만큼 뜨겁다. 때때로 당신의 눈 속에 파도가 출렁이는 날, 나는 목선 한 척 고요히 올려놓는다.

, 언제나 찬란한 가임기다. 당신의 마음 품고 있으므로.

 

 

 

 

 

조은설 시인 약력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졸업

<<한국일보>> 여성 생활수기 당선

『미네르바』 등단

월간문학상 수상

시집 『소리들이 사는 마을』, 『사랑한다는 말은』

미네르바 이사, 풀꽃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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