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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여자들 외1편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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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20-02-18

 

  © 시인뉴스 포엠



다락방의 여자들

 

 

이화영

 

 

 

 

마당이 노랑으로 붉었습니다

다락방에 어울리는 주문은 노랑

어둠 속으로 몇 마디 주문이 떨어집니다

다락방에 어울리는 주문은 노랑

 

책을 뜯어먹은 쥐는 먼지가 되고

리듬을 먹은 먼지는 새가 되고

간혹 죽은 새 울음이 들리는데 이탈한 음표들로 난장입니다

나뒹구는 머리카락은 다락방여자들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빨 빠진 소쿠리에서

할머니가 화투칠 때 쓰던 모포담요를 끌어 와 누울 자리를 만듭니다

책을 펴면 쥐똥이 떨어지고

백열등이 할머니 돋보기처럼 물무늬를 만듭니다

 

이곳은 미치고 싶은 여자의 호구

미치기 좋은 규범이 천지사방 사이좋게

살아도 ㅎㅎ 죽어도 ㅎㅎ

 

아빠가 타고 오는 버스가 전복되기를 기도하느라 하루를 탕진했어요

 

다락방의 가면은 민낯

가면너머 새로운 얼굴과 이름이 있어요

가면을 벗으면 얼굴이 사라져요

다락방에 대한 리뷰는 끝날 줄 모르고

 

어머니 제발 완벽한 이곳에 나를 버려주세요

 

계간 『서정시학』, 2910, 겨울호

 

 

 

 

 

결절이라는 먼

 

 

이화영

 

 

 

  책장 사이에 미끼가 있다

 

  턱을 괴고 수심에 잠겨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책장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되었다 허기진 물고기를 낚아채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 활자가 배수진을 쳤다 좌판에 쏟아져 나온 활자가 쌓일수록 비대해지는 결절, 활자는 결핍의 변종이었다.

 

  까맣다와 파랗다를 연속으로 발음하다가 피를 보았다 Blood 파일을 찾으려는데 계속 책갈피가 나왔다 죽음의 목록은 사라진 원고 해킹당한 블로그 캄캄한 화면이다 면면이 분명해지면서 나는 날이 되었다 무엇이든 잘라야했다

 

  톱니를 닮은 잎사귀를 씹었다 설정은 만찬이었지만 우리의 시절은 SNS가 말해주었다 저녁에 부르는 태양의 노래는 쓴 맛이었으나 무기력은 자비로웠다 무게를 견딘 결절이 어둠 속 부엉이로 날았다 결절의 기록은 성기를 지나 괄약근으로 이어지는 근육처럼 억세고 견고했다

 

  먼 바다 먼 불빛 보이지 않아 먼, 문 밖의 문처럼 겹으로 늘어가는 먼, 호흡은 보이지 않고 멀수록 약이 된다는 먼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계간 『문학의오늘』 2019, 가을호

 

 

 

 

 

이화영 약력

 

- 2009년 『정신과표현』 신인상 등단

- 시집 『침향』 2009, 혜화당./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2015, 한국문연.

- 한양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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