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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의 생애 / 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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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2-03

 

▲     © 시인뉴스 포엠

 



옹이의 생애

     

 

슬픔은 꾸역꾸역 위로 밀고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새끼발가락 통증에서 시작한 우울증은

텅 빈 눈동자를 지나 웅덩이처럼

듬성듬성 빠진 머리밭으로

길 잃은 별들만 아우성이다

 

매일 산속을 헤매다 오는 그 남자에게선

그을음 냄새가 났다

고혈압에 당뇨병에

낙엽처럼 바스러져 가는 삶을

등산으로 메우려다

부러진 나뭇가지 떨어진 단풍잎에

숨겨둔 우울증이 옹이를 흔들었다

막내만 학교 졸업시키자는 일념으로

회사와 아내에게만 인생을 예약했지만

명퇴로 밀려난 자리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오지로 몰았다

한번 깨어진 그릇을 다시 붙여 쓸 수 없던 시간

몸은 가끔 이유 모를 열꽃이 피었다가 꺼졌다

죽은 고목에 꽃필 리 없다는 말 증명하듯

옹이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영혼은 열기를 안고 하얗게 말라갔다

 

굳은 슬픔을 씹으며 꾸역꾸역

아래로 내려오는 생애의 습성이 생겼다

 

 

* 시작노트 :
필자가 다니던 D그룹의 D중공업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해마다 명퇴라는 이름으로 명예롭지 않는 정리해고를 반복중이다.
이백 명이나 되던 입사동기들이 해마다 줄어 이젠 몇 십 명도 남지 않았다
그중 몇 년 전쯤에 나온 친구들의 근황을 듣던 중 위의 시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나왔다. 퇴직은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까지도 다 망가뜨리는 무서운 사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몸으로 느껴졌다.
우리 사회에서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명퇴라는 이름의 해고, 공동체라는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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