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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행 외 1편 / 송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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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1-18

 

▲     © 시인뉴스 포엠



마드리드 행1

 

송연숙

 

 

 

 

체리를 나눠먹으며

마드리드행 열차를 기다린다

 

마드리드,

마드리드라는 지명 안에는 리듬이 흐르고 있다

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리듬의 발등 위에 나의 맨발을 올려놓으면

하얗게 부서지는 구름의 스텝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지중해의 하늘이

열차의 창문을 밀고 들어온다

빠르게 물러서는 풍경들은

물러선 곳에 제 자리가 있겠지

와르르 쏟아진 목걸이의 구슬처럼

알알이 흩어지며 떠나가는 기억들

 

지느러미 같은 치맛자락을 감아올리며

플라맹고를 추던 골목길의 늙은 무희와

그녀의 스텝에 맞춰 박수를 치던 관객

지느러미 날개로 물위를 날고

지느러미 앞발로

육지 위를 걷거나 기어 다니기도 하는 물고기가

왜 이 순간 생각이 났을까

조류처럼 흔들리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땅거죽이 눈을 감는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나

떠나는 일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어서

내 안의 두루마리 질문지를 하나씩 뽑아서 읽어본다

나지막한 산 아래 낮은 건물들이 지나가고

황무지가 지나간다

 

낯선 기호의 간판과

들어도 알 수 없는 이국의 말들이 암호처럼 오가는 거리

이 거리에서 나는

버스정류장처럼 외롭다

 

 

 

무이네 사막

 

송연숙

 

 

고비사막이 지나다

슬쩍 흘려놓은 사막이 아닐까

구름에 가린 새벽이

축포처럼 햇살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이 사막에선 인물보다 텅 빈 배경이 중요하다고

아이들은 뒷모습만 찍으라 한다

맨발을 슬쩍 흘려놓고

뛰어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도

나무 한 그루의 그늘과도

잘 지내는 사막

무릎을 내려놓고 편하게 앉으면

모래알처럼 급하게 흘러내리던 시간들이

스스로 나를 빠져나가는 해감의 시간

 

해안선에서 날아온 바다의 끝에서

잘게 부서지는 사막

부서지는 것은

다시 부서지기 위해 지층으로 쌓인다

 

잠깐의 사막투어를 끝내고 돌아온 숙소

고양이처럼 따라와 발가락을 간질이는 모래알들

 

오아시스나 신기루 같은 것은

차마 키울 엄두도 못낸다

축축한 바람이 키우는 사막여우도

두 개의 등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쌍봉낙타도

보이지 않는, 사막

 

 

 

 

 

 

   

 

 

송연숙 시인은

2016년 월간 <시와표현> 등단.

2019<강원일보>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측백나무 울타리

현재. 한국시인협회회원, <시와표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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