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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가는 길 / 홍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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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1-01

 

▲     © 시인뉴스 포엠




용인 가는 길

홍계숙 
 
 


 목련꽃 한 다발을 안고 갑니다 
 
  가도 가도 알 수 없는 길을, 알 수 없어 물을 수 없던 멀고 먼 어린 날을 지나갑니다
 절반의 꽃씨를 품었던 해바라기 날들을
 반그늘을 애써 감추던 
 바람에 흔들리는 냉이꽃 같던 봄날을
 멀고도 가까운 풍경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갑니다 
 
 푸른 벽 속으로 
 돌의 내부 같던 터널 속으로
 산비둘기 속울음이 새벽의 껍질을 벗기고 있습니다
 끌어안을 수 없던 가시들이 가슴을 통과하여
 되돌아와 꽂히고 
 단단히 박음질된 길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길에서 용서는 
 인터체인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둥지를 버리고 바람 속으로 날아가 버린 새
 봄날을 놓쳐버린,
 빈 가지에 두고 간 목련 꽃송이들
 나무는 홀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슬픔이 만발한 가족공원 저 멀리
 냉이꽃을 입에 문 하얀 새 한 마리 날아갑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아버지... 
 
 내 안에 남았던 절반의 풀씨를 훌훌 날려 보냅니다 
 
 
월간『모던포엠』 2019년 10월호 


 



꽃핀

홍계숙 
 
 


 부푼 바람이 나무에 꽂은 머리핀이 화사하다 
 
 바람이 핀다 가지 사이로 
 꽃봉오리 둘레로 
 
 머리에 꽃핀을 꽂은 나무가 한 무리 새떼를 날려 보내면 거리에 피어나는 엔돌핀 
 
 어머니는 살구색을 좋아했네
 새벽길 살구빛깔 하늘을 이고서 장으로 향했지 
 
 핑그르르 저 혼자 떨어지는 꽃잎 
 
 엄마의 가지에서 핀 나는, 머리핀을 좋아해 살구꽃 엄마를 머리에 꽂고 걸었다 하얗게 핀 것들이 빈 저녁을 쿡쿡 찌르는 봄길을 
 
 또 어제와 또 오늘 사이를 꼬리가 긴 바람이 모서리 하나 없이 굴러와 가지에 부딪치고 
 
 열 개의 꽃들이 와르르 넘어지는 살구나무 아래  
 
 자그만 꽃 그림자가 누운 어머니 엷은 살갗을 가물가물 딛고 건너간다 
 
 저 먼 곳 살구꽃 핀 마을을 지나는 중이다 
 
 
『시와반시』 2019, 여름호 


 

 


홍계숙 시인 -

 . 강원 삼척 출생, 경기 일산 거주
ㆍ2017『시와반시』등단
ㆍ시집『모과의 건축학』책나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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