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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외 1편 /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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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22

 

▲     © 시인뉴스 포엠



종의 기원 1

 

김희준

 

 

어귀는 어떻습니까

 

강을 낀 마을은 부드러운 척추를 가졌습니다 느티나무가 기형으로 빼곡하고 당신은 말캉한 걸음으로 저곳을 생각합니다

 

하늘이 괘선으로 어그러지는 동안 계절은 겁의 껍질을 벗습니다 눈을 씻을 때 당신을 당신으로 이해해도 좋겠습니다

 

열대야의 실수로 구름이 제 살갗을 벗길 수 있겠군요

 

태양의 잘린 단면이 강가에 쌓여갑니다 달궈진 온도가 찰나, 물결이 되기도 합니다 딱딱한 물은 순종적인 편입니다 투명한 성정을 가진 강이 세 번 울었습니다 당신은 일곱 번 씻기로 합니다 그리고 스물한 명의 꼽추가 태어납니다 축축하게 빚어진 꼽추는 서로를 쓰다듬습니다 변형된 체액은 아수라를 깨우고 번식된 서적이 느티나무가 됩니다 기이한 필체에 줄을 긋습니다

 

친애하는 마라케크, 스물한 명의 나를 팔기로 했네 꼽추는 일곱 개의 강과 세 번의 여름을 읽었네

 

튀어나온 문장의 뼈를 짚습니다 마디마디 이상한 세계가 나타납니다 강에게 눈을 줘버린 어머니와 둥근 근육을 가진 아들은 어귀를 버립니다 강은 매일이 새것입니다 마을이 뱉어낸 경계 앞에서 저곳은 저곳일 뿐입니다

 

어느 시대에도 팔리지 않는 꼽추가 단단한 강 아래 아침을 잘라냅니다 낡은 허물을 벗어둔 태양이 새롭게 뜨는 미증유,

 

서쪽에서 백팔 번의 종이 울립니다

 

      

 

 

 

악수

 

 

 

비의 근육을 잡느라 하루를 다 썼네 손아귀를 쥘수록 속도가 빨라졌네 빗방울에 공백이 있다면 그것은 위태로운 숨일 것이네 속도의 폭력 앞에 나는 무자비했네 얻어맞은 이마가 간지러웠네 간헐적인 평화였다는 셈이지 중력을 이기는 방식은 다양하네 그럴 땐 물구나무를 서거나 뉴턴을 유턴으로 잘못 읽어보기로 하네 사과나무가 내 위에서 머리를 털고 과육이 몸을 으깨는 상상을 하네 하필 딱따구리가 땅을 두드리네 딸을 잃은 날 추령터널 입구에 수천의 새가 날아와 내핵을 팠던 때가 있었네 새의 부리는 붉었었네 바닥에 입을 넣어 울음을 보냈네 새가 물고 가버린 날이 빗소리로 저미는 시간이네 찰나의 반대는 이단異端일세 아삭, 절대적인 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딸의 좌표가 연결되는 중이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들어 올리는 내가 있네 빗줄기를 잡느라 손은 손톱자국으로 환했네 물집이 터졌으나 손금에는 물도 집도 없었네 단지 여름이 실존했네

 

 

 

    

 

*1994년 경남 통영 출생. 2017시인동네등단.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재학. 현대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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