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깜빡거리다 외1편 / 김 승

- 작게+ 크게

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18

 

▲     © 시인뉴스 포엠



깜빡거리다 / 김 승

 

누워서 LED 등 커버에 박힌 별의 숫자를 헤아립니다

 

네 개의 큰 별이 보초를 서고

안으로는 세 개씩 두 개씩

거리를 두고 사각형 방을 만들어

별 하나를 가두고 있어요

작아질 대로 작아져

겁에 질린 눈만 깜박거려요

 

나는 제일 앞에 앉아서

선생님이 떨어뜨린 분필을 줍거나

칠판 지우는 일을 도맡았지만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가 가장 무서웠어요

몸을 검색해서

십 원 나올 때마다 한 대

자발적 신고를 하고도

잊고 있는 게 없는가 두려움에 떨며

조롱 섞인 비웃음을 남기며 떠날 때까지

겁먹은 눈을 깜빡거렸지요

 

고개를 흔들고

LED 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요

엑스자 대각선 안에는 다섯 개의 별들이

놀이를 하네요

엑스 와이축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눈물이 새어 나와요

 

축구를 하다가 애매한 상황이 생기면

상대편 형들이 나에게 물어 왔었지요

거짓말을 못 하는 천성 때문에

우리 편 형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았지요

운동보다 더 난해한 건 줄을 잘 서야 산다는 거였어요

 

별 하나가 신경이 쓰여

불을 끄기도 하고

눈을 감아 외면했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깜빡거리는

아이처럼

 

 

 

 

 

 

유통기한 /김 승

 

 

냉동실에는 멈춰진 유통기한이 차 있어

두더지를 잡아 햇빛으로 고문하듯

밖으로 끌어내면

나는 심판자

이야

 

냉동실 안에는

죽일 수 있는 것들이

가득 있어

나의 선택은 죽음을 의미하지

 

 

냉동실에 들어간다는 건

우울이 얼음처럼 얼어서 생이 속박된다는 것

뜨거운 세상을 피해

그 속으로 들어가지만

 

죽음과 우울을 한꺼번에 묶는 신

인류 최후 인간이 지상에서 사라진대도

눈 하나 껌벅하지 않는

당신

 

의연하게 살아보려 해도

세상이 뜨거워

짧아지는 유통기한을 멈춰보고 싶어

냉동고로 들어가는

 

그런데 신의 유통기한은요?
 
    

 

 

김 승 시인

 

2017년 시집 시로 그림을 그리다로 작품 활동 시작

계간 [시와편견] 2019년 여름호에 이지엽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2019년 두 번째 시집오로라 & 오르가즘출간

시사모 동인

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시인뉴스 포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