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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꽃말을 쓰다 외 1편 / 최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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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16

 

▲     © 시인뉴스 포엠



 

매향리 꽃말을 쓰다 1

 

-최경선

 

 

 

 

다가가지 않고는

그 내밀함을 알 수 없는

격정의 파도 출렁였던 곳

고온리(쿠니)사격장*에서 바라본

철조망 너머

나부죽 엎드린 농섬을 눈앞에 두고

움츠리고 있던 날들

낮은 풀꽃들 서로의 뿌리 부여잡고

폭격장 폐쇄!!

폭격장 폐쇄!!

한없이 부르짖던 시푸른 외침, 환청처럼 들리는 곳

유채꽃 파꽃 소복이 피었고

철망 사이사이 도드라진 말냉이

씨방 한껏 달고 환하게 흔들린다

 

이 세상 마지막 날인 것처럼 포탄 쏟아져도

꽃들은 줄곧 피어났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피는 매향리 꽃말을

평화라 쓴다

 

*고온리 -매향리의 옛 지명. 고온리 사격장을 미군들이 쿠니사격장이라 불렀다.

 

 

 

 

 

매향리의 봄

 

꽃망울 펑펑 터지는 봄

꽃걸음 걷고 싶은 날 매향리 간다

 

녹슨 세월 진술처럼 쟁여둔 곳

오랜 시름 아랑곳 않고

수굿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풀꽃들

지천으로 피었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

 

굶주린 새떼처럼

맹목으로 날아오던 포탄아래

잊지 말라고

잊지 말자고

즐비하게 꽃차례 올리는 꽃마리

 

부대낌의 흔적

무더기무더기 쌓여있어도

민들레 결연히 꽃대궁 올리고

예사롭지 않은 뽀리뱅이

꽃물 밀어 올리느라 한창이다

 

운동장에선

아이들 뛰노는 소리

종달새처럼 날아오르고

꽃마리 민들레 지고 나면, 찔레꽃 피고

잇따라 갯메꽃 해당화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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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시인

여수 거문도 출생

2004년 문예사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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