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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 어머니 외1편/ 최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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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16

 

▲     © 시인뉴스 포엠




빗살무늬 어머니  /  최우서


구름발치 고갯마루 넘는 어머니가 계신다

가붓이 쉬어갈 쉼터 하나 갖지  못한 채 웅크린 누에고치 허리를 가끔 펴 보는 어머니
힘겹게 내딛는 바닥에는 차돌처럼 굳은 잔뼈가 흩어져 있다

먼지를 날리며 어두운 고갯길 넘을 때마다
억척스레 지켜내야 할 자리에서
빗살무늬 주름을 새겨 독 속에 채우셨다

시나브로 쌓이는 더넘을 바람으로 잠재우고
치면한 맑은 샘물 한 그릇
동그마니 올리던 독의 마음을
이제 겨우 들여다본다

이미 말라 비틀린 앙금 덩어리 딱딱하게 굳어있다
듬성듬성 보이는 거뭇한 얼룩은
땡볕이 내리쬐는 콩밭 고랑에 주저앉아
서툰 호미질하던 어머니의 짠 눈물이다

한 살매 눈물로 지켜내신 고개티
들여다볼 틈 없던 어머니 안에 박힌 아름찬 옹이를 혜윰 하니 목이 멘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어머니는 흔들리는 일 없이
둥지를 껴안고 그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나는 여태껏 들춰보지 못한 독 속에 
한 바가지 안다미로 사랑을 가뿟하게 붓는다



*구름발치: 구름에 맞닿아 보일 만큼 먼 곳
*가붓하다: 조금 가벼운 듯하다
홀가분한 듯하다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더넘: 넘겨 맡은 걱정거리
*바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치면하다: 그릇의 내용물이 거의 가득 차다
*동그마니: 사람이나 사물이 외따로 오뚝하니 있는 모양
*한 살매: 평생
*고개티: 고개를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
*아름차다: 힘에 겹다
*혜윰: 생각
*안다미로: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가뿟하다: 조금 가벼운 듯하다
가붓하다 보다 조금 더 센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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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詩 /최우서




두드림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저 낯선 여자
나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알 수 없는 부호가 연결음으로 새고
나는 바닥에 누워 여전히 딱지처럼 붙어있는
문자를 긁는다

벽을 가로막고 선 철문의 단절
풀 수 없는 비밀을 던진다

목을 죄듯 시간의 더듬이를 펴려
먼지가 된 그리움을  툭툭 저어대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욱이
몰려오다
물러서다
쌓이려다
멀어지는
 
액자 속 저 여자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잠시 꿈을 꾼 듯 졸음을 멈추고
나는 머리를 흔들며 창문을 연다

머물지 않는 시간 앞에
잠시, 졸음은 반복되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약력

최우서

대한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창작문학예술인협회 정회원
2017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18  향토문학 금상 수상
2018  한국문학 발전상 수상
<공저>
2018 명인명시 시인선집외 다수
2019 순 우리말 글짓기 대회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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