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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시간 외1편 / 김단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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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14

 

▲     © 시인뉴스 포엠



가시의 시간/김단혜

 

              

모두에게 사랑받느니

오직 한 사람에게 뜨겁게 버림받고 싶어

 

눈감고

너의 심장 소리를 듣는 저녁

가슴 속 들끓는 언어로

단 한 줄의 문장을 쓰고 싶어

 

밑줄 친 문장에 또 밑줄을

살면서 반복되는 패턴 속에

아무도 모르는 내가 있지

때로 거짓보다 무서운 진실

 

밑줄 친 문장을 읽어 줘

외로울 때 의자를 바꿔가며

마흔세 번 해지는 것을 바라보았지

내게 너무 많은 자유로

너의 살아있는 낱말을 사고 싶어

상처가 덧난 환부에

신경이 펄떡이는 단어를 바르고 싶어

상처에 낱말이 스며들어

벌겋게 달아오른 시간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어

 

친구가 되고 싶으면

아주 조금씩 내게로 와 

 

 

 

 

 

 

 

가을을 필사하다 /김단혜

 

 

 

해만 봐도 눈물이 나

 

가을은 그렇게 치명적 슬픔으로 왔다

희망도 없고 희망 아닌 것도 없는 계절처럼

치통에도 쾌락이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되새기며

아픈 잇몸을 얼마간 방치했다

닦은 이를 또 닦으며 감정의 지하생활자가 되어 본다

아침에 놓쳐버린 단어를 주우러 저녁에 또 일기장을 펼친다

커피 맛에 중독된다

설탕을 듬뿍 넣어도 달콤하지 않은

낙엽 타는 냄새나는 커피를 조금 마신다

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는 그냥 보낸다

저녁이면 날마다 조금씩 모양이 달라지는 달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마우스의 커서가 깜박일 때마다 함께 깜박여 본다

집을 나서면 깜박이던 마음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황금 햇살이 화살처럼 쏟아지는 신도시 북 카페에 앉아

화살 같은 것에 심장을 관통당하는 쓰라림에 피 흘린다

육심원의 그림이 있는 빨간 수첩을 꺼내

0.25mm의 가느다란 펜으로 꾹꾹 눌러 가을을 베낀다

 

 

 

 

 

 

김단혜; <한국작가> 2010년 수필등단

성남문학상 수상 (2018)

야탑문학회장

시집<괜찮아요,당신> 책 리뷰집<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수필집<빨간 사과를 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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