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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외1편 / 송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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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14

 

▲     © 시인뉴스 포엠



동학사 / 송정현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종이가 학이 되었다

오백 마리에 사랑을 접고

오백 마리에 영원을 접었다

 

꿈에서 종이학이

내 사랑을 훔쳐 어디론가 날아갔다

학의 행방을 쫒았다

유일한 단서 바람이

계룡산 동쪽으로 나를 밀어낸다

바람 따라 길 따라

참 멀고 먼, 여행을 한다

 

길 위에 오고 가는 수많은 연인들

 

키스소리가 골목 모퉁이에 부딪히고

무릎 베고 누운 벤치에 장미 덩굴이 얼굴 붉힌다

 

변두리 카페에서 방금 이별한

남자 등으로 그늘의 비명이 세든다

 

어긋난 풍경들이 오고간다

 

따라오던 바람 어느새 사라지고

나를 불러 세운

비구니 스님들 경 읽는 소리가 절 마당에 그득하다

 

사찰 입구에 청학이 돌이 되어 앉았다

 

 

 

 

 

 

 

 

 

이런 시간에 그대는 / 송정현

 

 

내가 산양의 탈을 벗고 싶은 시간이 되면

그대가 대신 산양이 되라

가령, 버드나무가지처럼 세상을 거꾸로 서고 싶다든가

정오의 푸른 풀들과 탱고를 추고 싶다든가

문득 그런 생각이드는 시간에도

그대는 조용히 나대신 우리를 지키라

설령 탱고 가락이 그대를 유혹하더라도

발자국이 걸쳐간 곳곳에 낙인이 남더라도

그대는 우리를 넘어서는 안되

그대가 참은 시간만큼의 크기가

내 숨통의 크기를 만들어 줄테니깐

다시 산양의 탈을 써야 할 시간이 되면

한적한 교회에 잠시 들렸다 그대에게 가리라

너무 조급해 하지마라

*죄지은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아름다운 기억을 선물한 그대는 자유로운 재규어가 되라

광활한 밀림의 향기를 맡고 맘껏 달려라

그리고 다시 만나는 날엔 순한 한 마리의 산양이 되라

그때엔 광활한 밀림을 입은 그대와 한 몸이 되리라

 

 

 

 

     

 

 

 

송정현

 

시집 꽃잎을 번역하다

공저 여수의 바다는 달고 푸르다

공저 여수 섬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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