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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외1편 / 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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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03

 

▲     ©시인뉴스 포엠

 

 

응시 / 한영희

 

 

 

묘지 울타리를 가르는 찔레나무들

언제부터 그 아래 살았는지 모른다

어젯밤

어깨를 들썩이던 여자가 축축함을 내려놓고 간 후

의자는 전염병에 걸린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어둠이 걷히기 전에

아기 눈빛 같은 이슬을 모아 세수를 마쳐야 한다

환경미화원의 빗자루는 나의 넓은 품을 달래줄 것이다

따스한 햇살로 아침밥을 지어먹고

밤사이 뭉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사람들이 몰려와 자신을 덜어내기 시작하면

나는 만삭의 배가 불러온다

겉옷의 색이 점점 야위어 간다

더운 바람은 계절도 없이 불어오지만

체온은 비석아래 쌓여가는 먼지를 닮았다

허물어져 가는 몸에서 꽃을 피우고

나비가 내려와 노란 꽃가루를 털고 간다

목련꽃봉오리 피워 물었던 가지에서

내부수리 중 푯말이 숨을 쉰다

 

 

 

 

 

 

종점

 

 

 

버스들이 나란히 누워있다

굳게 닫힌 입 서로 말이 없다

하루를 굴리느라 뭉친 근육은 밤에도

쉬 식지 않는다

고장 난 한쪽 어깨가 접혀지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다

머리는 일탈을 꿈꾸지만

노선 밖은 늘 위험하다

딱딱한 심장이 깊은 숨을 토해 낼 뿐

매일 같은 길을 따라 오고 간다

총총거리던 발길이 뜸해지자

뭉개진 타이어를 접고 빈자리를 찾아든다

죽을 듯이 검은 터널을 통과하고

살아서 눈을 뜬다

밤이슬은 새벽으로 가는 통로

동트기 전 주유를 끝내고 하루의

시동을 건다

 

 

 

 

프로필

한영희

전남 영암 출생

2018년 투데이 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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