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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계절의 수상한 양파 외1편 / 김 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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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03

 

▲     © 시인뉴스 포엠



 

차가운 계절의 수상한 양파

 

김 현주

 

양파 밭에는 심음과 거둠이 계속 되었네

 

추위가 밤낮 없는 계절에는 슬픔이 손톱처럼 자라지

하루만 지나도 진부해지는 혁명처럼

쓸데없이 자라는 막내삼존의 머리카락처럼

, 양파에 싹이 났네

, 저런, 싹수가 노랗군

불온한 싹은 삭제됩니다

귤껍질 버리듯이 함부로 땅에 버려진

, 정직한 양파들

 

독특한 시각과 문체로 저장된 오래된 파일

창백한 것들은 왜, 헛간에 함부로 부려졌는지

광야에 버려진 아사셀염소의 울음과

억울한 자 갇힌 자 슬픈 자들의 가슴 속 손톱은

버려지고 밟혀도 죽지 않는 수수께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야한다는 듯

살천스레 잘린 상처자리에서 흐르는

매운 눈물의 해독은 어렵지 않았네

그날이후, 양파는 뿌리가 양파이므로

아래쪽으로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진 듯

 

웃비걷듯이 멀리서 포소리 그치자

누가 바라지 틈으로 몰래 엿보기나 하는지

헛간의 쥐들이 우르르 숨을 곳을 찾는

차가운 계절,

알심 굵은 몇은 싹이 났고 몇은 썩어갔네.

 

(시산맥 2019 봄호에 수록)

 

 

 

지극히 사적인 아리랑

 

김 현주

 

 

나지막한 귀틀집 이었다

 

검정 통치마 속에서 맹꽁이가 울던 그해에는 자주 눈시울이 젖었다. 가마타고 시집가는 고모를 철없이 따라가던 논배미에서 맹꽁이는 계속 여름소나기처럼 울었다

 

그을린 정지 모퉁이에는 어둠보다 더 깊은 광이 있었다. 가마떼기 한 장이 경계를 긋는 전부였지만 남루한 먹거리와 낫 톱 도끼 같은 연장이나 무 배추시래기 이외도

 

우리 할머니는, 목숨 바쳐 지켜야 할 무엇이 있었는지

 

절뚝이는 찬장 안에는 식구들 밥그릇 외에도 매일 지성으로 챙기는 또 다른 소반(小盤)이 있었다

 

동산의 반디불이는 밤보다 깊은 광 속의 비밀을 지키느라 숨소리조차 아끼고, 앞마당의 키 큰 미루나무는 손바닥만 한 그림자도 거느리지 못하는 유월 이었다

 

쫒기는 자와 쫓는 자 사이의 숨 가쁜 총소리가 껌 딱지처럼 눌러 붙어 있는 하늘은 타협하지 못해 애먼 청춘들이 죽어가는 것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위리안치(圍籬安置)의 유배를 거친 투쟁의 흔적은 귀틀집 벽 뒤에서 탁주처럼 시큼해졌으나

 

우리 할머니는, 단단한 동돌 하나 가슴에 품고 사시는 듯

 

홍수라도 삼키지 못한, 어떤 큰사랑을 서럽게 흥얼거리신다.

 

 

(학산문학 2019 여름호에 수록)

 

 

 

 

 

 

김현주시인 약력

 

2007시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페르시안 석류』『好好해줄게가 있음

2016년 숲속의 시인상 대상, 2018년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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