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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외 1편 / 손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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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03

 

▲     © 시인뉴스 포엠



동거 외 1

손수진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눈을 보며 앉아 있는지

그의 언어를 알아듣기엔 나는 너무 아는 게 없고

유일하게 알아듣는 몇 마디로

우리는 10년을 살았다

나보다는 늘 한수 위에 있는 you

혈기 왕성한 시절에는 뜨거운 입김을 훅훅 거리며

달려들 때도 있었지만

함께한 세월만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건 믿음이었다

 

오늘, 장맛비 내리는 날

가지런히 모으고 엎드린 그의 두 발 앞에

이빨자국 무성한 볼펜 한 자루가 놓여 있다

you가 쓰고자 하는 문장은 무언인가

목줄의 반경만큼만 허락되었던 자유

가끔 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해 목줄을 끊고 달려 나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날들

나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옥수숫대 사이로 바람한줄기가 지나간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사이 그의 눈빛이 쓸쓸하다

 

 

 

 

   

 

야옹야옹 고양이

 

 

2

봄눈이 풀풀 내립니다.

땅을 파고 죽은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멀리서 봄이 오고 있는 것을 아는지

단단하게 결속되었던 흙의 몸이 느슨합니다.

 

4

고양이 무덤에 장미 한그루를 심었습니다.

모든 풀과 나무에 싹이 돋아나는데

장미는 죽은 듯 미동이 없습니다.

안달이 나는 건 죽은 고양이도 장미도 아닙니다.

 

6

아침저녁 고양이 무덤가를 서성입니다.

나는 죽은 고양이는 사랑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아침 고양이 한마리가 야옹야옹 울면서

분홍색 발바닥으로 한사코 담장 위를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2005년 시와사람 등단

시집: 붉은여우, 방울뱀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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