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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꼬리에 비밀을 감추다 / 황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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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03

 

▲     © 시인뉴스 포엠



여우, 꼬리에 비밀을 감추다

 

 

여우를 숭배하는 아프리카 도곤 부족이 최초로 시리우스별을 발견했다고 한다. 태양보다 스무 배나 밝은 별 시리우스, 그곳에서의 시간과 태양계에서의 시간은 같지 않다. 궁금하지만 빛도 8년을 넘게 가야하는 별, 너무 멀다.

 

평사리 최참판댁 탱자나무 우듬지 가시 끝에 자벌레의 마른 몸이 붙어있다. 그는 어느 별로 우화를 한 것일까. 온 몸으로 일생 동안 나무를 올랐을 텐데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나무를 오른 평생의 시간과 무심히 그 집 뒤란을 걷는 내 소소한 시간의 길이는 같을까, 다를까.

 

서희도 길상이도 별로 돌아간 오리온좌 삼태성 부근어느 동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이주한 아프리카 도곤부족의 지혜로운 촌장님이 길게 목을 빼고 섬진강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그 밝은 눈 아래 잿빛 긴 꼬리에 열쇠를 감춘 여우는 곧 발각이 되고 말 것인가.

 

비밀의 상자는 이내 열리고 말 것인가? 뒤란을 돌아와 마당을 서성이는 나는 어떤 자벌레로 꼬물꼬물 그의 눈에 비치는지? 궁금하여, 은하수 깊은 밤 하늘을 오르는 종이 등처럼 타오르며 시리우스, 멀고 먼 별을 향해 높이높이 우화등선을 하리라.

 

(신작)

 

 

 

 

상수리나무의 비밀

 

 

물고기는 그냥 물고기다

원숭이는 그저 원숭이고 나무는 본시부터 나무였다

물고기가 땅에 올라 원숭이가 되지 않고

원숭이가 사람으로

사람이 나무가 될 턱도 없는데

그렇게 각자 스스로 존재하는데

어떤 이는 일체유심조, 세상 모든 게 다

마음이 지어낸 거라고 얘길한다

오늘 상수리나무로 회귀한 한 사람 곁을 지난다

팻말 걸어두지 않았으면

이 은밀한 진화를 아무도 알지 못하였으리라.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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