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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외 1편 / 권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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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10-01

 

▲     © 시인뉴스 포엠



욕지도 1

 

권기만

  

 

 

 

욕지거리는 허옇게 거품을 물어야 제격이다

막걸리 한 사발하고 방파제에 나가면

욕쟁이 할머니 씨부렁거리는 소리 들린다

욕을 들입다 부어야 목이 트인다고

욕이 트이지 않으면 아직 말문이 트인 게 아니라고

멱살부터 잡고 보는 거친 입담에

방파제도 덩달아 씨부렁거린다

한 사발 욕지거리로 자빠지라고

냅다 업어치기하는 한판 실랑이 끝에

밑창까지 까뒤집고 부서지는 넉살이 보기 좋아

사람들은 욕지도로 모인다

혓바닥에 욕이 올라붙어야

뼛속까지 뚫린다는 걸 모르는 쌍것들은 

공짜로 친구하자는 참 말귀를 모른다

욕쟁이 할머니 

시펄시펄 소리가 막걸리 한 사발이다

이런 떠그럴 세상이 왜이래

같이 씨부렁거려야 혼자 피박 쓰지 않는다고

목에 걸려 넘어오지 못했던 것들

다짜고짜 패대기부터 쳐 주는 욕쟁이 할머니

저 환장할 육두문자에

시원하게 멱살 잡히고 싶으면

한 열흘 욕지도에 다녀올 일이다

 

 

 

 

 

소래포구 

 

 

 

소리가 노래로 정박하는 소래포구에 가면

소금의 소리 소라고둥의 소리

콩게의 집게발이 펄 옆구리 간질이는 소리

먼저 와 닻을 내리고 있다

파도의 후렴구를 하나씩 물고

바지락이 파도와 화음을 맞춘다고

꼬막의 입속에 한 됫박 소금을 퍼담는다

소래포구 가자는 말은

소리에 닻을 내리고 한 사나흘 정박해 있자는 말이다

밀물 썰물로 소리의 결구를 맞추자는 말이다

소래포구 가자고 하면

낙조에 볼 비벼 보고 싶다는 말이다

염전 한 채 들여놓고 싶다는 말이다

상하지 않는 천일염 같은 소리만 한 됫박

꾸덕하게 담아보자는 말이다

소래포구 갔었다는 말은

소리로 정박한 포구가 되어 봤다는 말이다

꼬막의 입으로 바닷말 삼켜 봤다는 말이다

허연 소금의 갈기로 나부끼는 파도 한 소쿠리

무진장 반짝이는 물비늘로 싣고

한 사나흘 멍텅구리배가 되어 봤다는 말이다

 

 

 

[약력]

권기만

2012시산맥으로 등단7회 최치원문학상,

시집으로발 달린 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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