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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다미아를 깨무는 기분 외1편 / 김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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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30

 

▲     © 시인뉴스 포엠



마카다미아를 깨무는 기분

 

 

알로하, 마카다미아를 깨무는 밤은

거북하고도 거룩한 밤

 

너나 한번 가보라는 섬으로

건너가기로 마음먹은 후 나는 바다를 걸었네

 

물 위를 걷는 일은 말이 되는 일

말이 되어 소가 넘어가는 바다는 거북스럽지

않지

 

구름을 건져 올리면 젖은 기분이 이해되고

목말라, 거북스러워 보이는 거북

 

마카다미아를 한 입 깨무네 나는 아침의 발코니에

서서 흰 새를 날리고

 

티슈 한 장을 뽑아 분지른 손가락 하나를 감싸

던진다 여신처럼 흰 새와 비와 손가락은

 

해변을 걷고 당신들은 폴카를 부르며 보름달 밤에

춤을 추지 지나는 사람들은 위를 올려보지 않네

 

목말라, 구름을 짜 마시는 여신은 거룩하고 나도

거북이도 보름달도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

사랑스럽고

 

소가 넘어가는 말처럼 열대의 아침은 발코니에서

시작된다 산호의 꿈은 거룩하고도 거북한 일

 

끝내 오지 않는 거북은 거룩하고 기다리는 해변은

거북스럽지 않네

바다는 온통 슬프고 아름다운 말뿐이어서

 

알로하, 마카다미아를 깨무는 밤은

고요하고도 거룩한 밤

 

소가 넘어가는 바다를 걸었네

 

 

 

 

 

 

마미의 기분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앓은 후에 알았다

자주 마미가 되는 꿈을 꾼다는 걸

 

마미가 되어 흑인을 만나고

레게음악을 품고

예쁜 옷을 입고 세련된 신발을 신고 사뿐 사뿐

풀밭을 거닐고 싶어

 

물의 등이 가렵거나 낙타의 등이 가려울 때

시원하게 손톱으로 긁어주고 싶어

 

카트를 끌고 피자를 살 때마다

마미ㅡ

마미를 찾는 목소리에 돌아본다는 마미

 

가려운 기분은 늘 손이 닿지 않는 등 뒤에서

들려오지

사막에 주저앉을 것만 같아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는 마미

 

마미는 오늘도 앞만 보고 걸어가네

눈을 뜨면, 수요일을 건너는 낙타의 기분이 이해되고

손이 닿지 않는

 

심장 안쪽이 가려울 때 나는 자주 마미가 되는 꿈을

꾼다 예쁘게 차려입고

세련된 신발을 신고 하늘하늘 풀밭을 거닐고 싶어

 

눈을 뜨면, 목요일을 건너는 마미의 기분이 이해되고

모래 폭풍이 일 것만 같아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는 마미

 

마미는 오늘도 앞만 보고 걸어가네

 

 

 

 

 

약력

 

남원, 1974년 출생, 20135.18 문학상, 2015년 시산맥 등단, 201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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