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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숲속에는 외1편 / 신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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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25

 

▲     © 시인뉴스 포엠



몸의 숲속에는

 

신병은

 

 

 

 

내 몸속에는 가끔,

해질녘 노을이 아름답습니다

저물면서 세상을 물들이는 한 송이 꽃입니다

밤이면 수많은 은하수가 펼쳐집니다

내 몸속에 자리한 수많은 기억의 별들입니다

그 중 하나를 펼쳐봅니다

잊혀 지지 않는 첫사랑인 옐로 그린의 봄입니다

연초록 화법으로 말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대체 너 왜 이리도 예쁜 거냐고

하늘도 바람도 햇살도 엄지 척 합니다

또 하나를 내려 펼쳐봅니다

이번에는 내 안에 떠 있던 그리움입니다

서로의 뒤를 다독여주고 뒤를 내어주는

힘든 하루를 버티는 내 마음속 그라피티입니다

문득 나와 관계없던 무관심한 분탕질도

내 일이 되어 안겨있습니다

이번에는 둥둥 떠다니는 섬입니다

혼자 있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그냥 내버려 두라는 전언이 붙어있습니다

마지막은 사랑입니다

내 소중한 것을 주고도 아깝지 않는 한 사람 거기 있어

사는 게 길이라고

내게 길일 수밖에 없는 그 사람 거기 있어

보기만 해도 왈칵 가슴에 피었던 그 사람 거기 있어

아무리 바깥바람이 거세어도

나는 내 안을 고요라 부릅니다

고요의 꽃이라 부릅니다

 

 

 

 

 

 

 

힐끔

 

신병은

 

 

 

나는 지금 그리움을 힐끔거리며

누군가의 아침을 힐끔거리고 있어요

사무실 앞 늙은 플라타나스를 힐끔거리다

바람의 징후를 힐끔거리고

가지런하지 못한 나의 그날을 힐끔거리고

철지난 한 잎의 생을 힐끔거리고

시월의 마지막을 힐끔거립니다

어둠의 원형을 힐끔거리고

아가페와 에로스를 힐끔거리고

고흐를 힐끔거리고 클림트의 황홀을 힐끔거리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힐끔거리고

뜨거웠던 나의 스물여덟을 힐끔거립니다

너를 힐끔거리는 것은 결국 나를 힐끔대는 일입니다

너가 보이면 그때 비로소 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힐끔거리면 문득 마음이 간지럽습니다

봄바람이 간지러워 허리 젖혀 웃는

자작나무 같은 목젖이 보이고

비늘 돋쳐 꼬리지느러미를 세차게 흔드는

기분 좋은 일도 보입니다

자작나무 품속에는 맑은 웃음이 숨어있습니다

바람이 부는 곳을 힐끔거리다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이렇게 바람이 그리울 수 없는 것을 보면

내 속에도 자작나무 한그루 숨어 살고 있습니다

잎새 간지럽게 거슬러 오르려는 본능을 힐끔거리며

실로 오랜만에 그리운 그대를 힐끔거립니다

그리운 나를 힐끔거립니다

 

 

 

 

 

 

 

신병은

 

1989 시대문학 신인상

2012여수세계박람회 여수시문화예술추진위원회 위원장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장 및 한국예총여수지회 지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회원()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 전담 강사()

GS칼텍스 재단 이사, 범민문화재단 이사()

전남시문학상, 한려문학상, 지역예술문화상, 전남문학상, 전라남도 문화상, 한국문학인상

아름다운 스승상, 녹조근정훈장, 2016 여수시민의 상

 

시집 : <바람과 함께 풀잎이> <식물성 아침을 맞는다> <강 건너 풀의 잠> <바람 굽는 법>

<잠깐 조는 사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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