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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 외1편 / 황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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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25

 

▲     © 시인뉴스 포엠




공터

황현중

 



 한때 부와 욕망으로 성업했던
문명의 높이가 무너지고
우울하게 주저앉은 공터,

오늘은 개망초가 지천이다
한 자락 바람의 허리를 휘어잡은
자잘하고 철없는 웃음들이
하얗게 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공터를 보살핀 것은
단단한 울타리와
출입금지 팻말이 아니라
내버려 두면 스스로 찾아오는
비와 바람과 햇살이었다

몸살을 앓듯 굽이치며 곧추서는
개망초 꽃밭을 바라보며
내버려 두면 폐허가 되고 마는
텅 빈 내 마음을 더듬다가
울컥, 눈물이 솟는다

그동안 나를 키워 온
알 수 없는 손들이 문득, 그립다

나도 모르게 나를 찾아와
비와 바람과 햇살을 놓고 간
그리운 손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는 해거름,

문명의 쓰레기로 범람하는
내 마음의 공터에 불현듯,
개망초가 무성하게 일어선다.

 

 

 


이 세상이 단지 어둠뿐이라면

황현중


이 밤이 단지 어둠뿐이라면,
누가 당신을 사랑하겠습니까?

홀로 남은 홍시처럼
외로운 어깨에 너만의 달이 뜨고
연인의 눈가에 감긴 눈물처럼
맑고 차가운 별 눈 뜨지 않는다면,
누가 이 밤을 속삭이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이곳에
달빛 자지러진 골목길이 없다면,
두근거리는 골목길을 휘돌아
옷자락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바람의 눈물 반짝이는 별이 없다면,
막다른 골목길 저쪽
희미한 와사등불 밑에서
누가 이 밤을 기다리겠습니까?

달빛 그을린 당신의 창을
먼 나라의 신화인 듯 올려다보며
별 하나둘, 당신 마음 헤아리다
눈송이로 쏟아질 당신을 위해
미련 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가을 나무가 되어
누가 이 밤을 그리워하겠습니까?

우는 새도 기쁘게 노래하며
지는 꽃도 향기롭게 손짓하며
두려운 마음 두렵지 않게
누가 당신을 사랑하겠습니까?
이 세상이 단지 어둠뿐이라면.

 



 (작가 약력)
전북 부안 출생
한국시사문단에 시와 평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사문단 신인상 심사위원
제6회 북한강문학상 수상
시집 <조용히 웃는다>, <너를 흔드는 파문이 좋은 거야> 
산문집 <딴짓 여로> 
현재 전북 임실우체국장으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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