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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강 외1편 /서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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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16

 

▲     ©시인뉴스 포엠

 


저녁 강
/서정임

 

 

어느 늦가을 걸려온 전화기 속에서 강이 울었다 흉부처럼 패인 중류이거나 굽이굽이 산모퉁이를 휘도느라 관절 마디마디 닳은 하류이거나

 

울음은 마치 그곳이 발원지인 것처럼 터져 나왔다 나는 그것이 어쩌다 마른 바닥을 드러내 보이는 회한 덩어리이거나 홀로 흐르는 외로움인 줄 알았다 그리하여 잠시 내 머리 위에 머물다 가는 검은 구름 조각이거나 갈대밭을 휘젓고 가는 왜바람이려니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울음이 깊었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전화선을 타고 내 안에 흘러들어오는 절망이 마음속 천 리 저녁 강을 이룬다 몇 대의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쏟아 붓는 흙더미에도 시퍼렇게 날 선 칼날을 세우며 저항의 몸짓을 보였던 그녀도 이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어딘가 또 다른 터전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그녀의 울음은 이 늦가을 날 둥지를 잃은 민물도요새의 화급한 날갯짓 같은 것인데 어느 사이 창밖 나무들이 잎들을 모조리 떨구고 그 위 끝을 알 수 없게 펼쳐진 허공이 막막하다

 

 

 

 

    

 

 

 

채석강 /서정임

 

 

그동안 틈만 나면 떡살을 얹어 온

대를 잇는 떡집이다

 

비 오는 날 거대한 떡이 익어가는 김이 오른다

먼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따개비와

고속도로를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갯강구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시간을 사서 들고 가는 저 오래된 떡집

 

떡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읽는다

차마 멀리 썰물에 쓸려 보내지 못한 채

한 알 한 알 알갱이로 가슴에 박힌 사연을

켜켜이 쌓아둔

그리하여 끝끝내 변산반도(邊山半島)에서

떡시루에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그 뼈아픈 회한을 읽는다

 

두 팔 걷어 올리고

오늘도 거대한 시루에 떡살을 안치는

누군가의 손길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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