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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를 떠나며 외1편 / 박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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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16

 

▲     © 시인뉴스 포엠



그라나다를 떠나며 / 박일만

 

 

아침 햇살이 섬뜩 비췄습니다

간밤에도 세상에 없는 당신을 보듬고

잠들고 깼습니다

며칠째 차창 너머로 따라오는 올리브에게 

대신 안부를 건네 봅니다

월계관을 쓰고 기도하는 자세로

행렬을 이루며 숲으로 살아나는 올리브처럼

햇빛을 받으며 온종일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별빛과 햇빛으로 짠 도시, 언젠가

지중해 바람과 섞어 성을 쌓고 산맥을 꿈꾸던 당신,

시간이 흐르면 열망도 다 지겠지요

아직은 이별이 어설퍼서 상처만 파랗습니다, 외려

오래지 않아 단단한 과육을 입고 올리브는 영글 것입니다

굳세었던 약속을 안고 타국의 먼 길을 나서면

꽃향기 묻은 눈물은 왜 흐르는지

척박한 땅에서도 결실을 향해 아파하는 올리브도

짐짓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사는 게 온통 사랑하는 일일 때 알알이 맺힐 것이라고

햇살은 또 내 등짝을 내리 칩니다

빛을 물고 작은 새가 높게 날아오르는 서역의

그런 날,

굳이 까닭을 묻지 않는 출발입니다

 

*그라나다 :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

 

 

 

 

알함브라 궁전 / 박일만

 

 

사람의 심성을 빼닮은 정원에는

물방울이 수없이 피어나 소리를 짓고

소리는 선율을 짓고

선율은 당신과 나의 관계를 지었습니다

수놓을 수 있는 것들은 죄다 모여

정원의 풀꽃 되고 수목 되고 사람이 되고

물빛노래가 되었습니다

또올 또올 또르르르

물방울이 제 몸을 굴리며 추억을 짜 모으며

나를 사막의 긴 강으로 데려 갔습니다

강물은 흙바람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끈이 되었습니다

질긴 인연처럼 작은 소리들을 불러 모아

사랑하며 오해하며 미워도 하며

필생의 언덕을 가꿔놓았습니다

궁전의 육중한 초석 같은 그런,

우리들의 견고한 관계로 쌓였습니다

 

* ‘물의궁전물방울 분수를 보고 클래식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작곡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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