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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 권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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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09

 

▲     © 시인뉴스 포엠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권순해

 

 

식어버린 저녁의 식탁처럼 버석버석한

그녀의 등을 손으로 짚는다

오래 방치한 혹 하나가 울컥 손끝에 잡힌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고여 있던 장면(시간)들이

살갗 위로 (녹아) 흐른다

 

햇살을 (등에) 업은 채 잠든 그녀

꽃의 계절을 떠올리는지

가쁜 숨소리와 뒤섞여 잠깐씩 환해진다

 

등에서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자라고

또 자라고, 아직도 자라고

 

한 계절을 건너온 겨울 짧은 해가

스크린 속 길 하나를

순식간에 지우고

 

엔딩을 알리는 햇살이 그녀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래 따라온다

 

  

 

 

 

 

깜언

 

권순해

 

 

노을에 묻혀 있는 42번 국도 꿀참외 열 개 만원 푯말도 붉다 일곱 번째 색깔의 푯말 앞에 차를 세운다 아이와 엄마가 붉어진 얼굴로 맞는다

 

아이가 엄마의 팔을 툭툭 친다 엄마가 삐뚤삐뚤 쓴 꿀참외 진짜 달고 맛있습니다 전단지를 내보인다

 

깜언은 고맙다는 베트남 말, 아이의 귀띔이 서투르다 나는 그들에게 깜언 깜언, 손을 흔들어 준다 이국의 말은 멀면서도 가깝다 참외 맛도 가깝다

 

박꽃처럼 하얀 여자의 웃음이 스무 개의 참외를 먹는 내내 싱그럽다

 

 

 

 

 

 

 

2017년 계간포엠포엠으로 등단

시집가만히 먼저 젖는 오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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