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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2) 외1편 / 박 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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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06

 

▲     © 시인뉴스 포엠



기척(2)

박 명규

 

 

허리가 삐걱인다

수시로 무릎과 목도 뻣뻣하고

귓속도 벌집처럼 윙윙거린다

삼십 년 여닫은 대문과 방문도 소리를 내지르고

새끼들 둘러앉아 밥먹고 조잘대던

식탁과 의자도 삐걱댄다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같은 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새끼들은 제 둥지에서 느슨해 지고

나는 그때의 가구들을 얽어놓고 실없이 손벽이나 치면서

집의 온기를 가까스로 받치고 있다

조용한 무관심이 벽과 벽사이에 비둘기를 낳는 세태

오래 감아온 나이테는 빛을 잃고 지워져 가고      

옛 둥지는 허물어져 가는데

기어코 입다물어야할 때가 있다

그 침묵 속에 내 입의 기척을 잊어버릴 때가 많아져 간다

 

 




코피노     

  

  박명규



  서랍속 원피스 깜깜하게 어깨 들썩이고 있다

  차마 입지 못해 서랍속에 모셔 놓은 원피스

  오년전 함박웃음꽃 그대로 찍혀 있다

  때때로 걸어나온다 서랍속 따따이*

  마지막 생일선물

  어젯밤 꿈속에 나타난 아빠,한사코 놓칠 수 없다 거친 뺨에 넋 나간 듯

부벼대는 아이의 볼이 봉선화꽃물로 익어 있다

  대들보 부러진 집

  부엌마저 떠나 버리고

  밤이면 외할머니 쭈그러진 젖무덤 주무르며

  엄마를 더듬는다

  갱도속처럼 들숨 날숨이 가파른 아이 코피노, 서울의 골목 골목을 뒤진다

골목은 캄캄하게 내려앉고 실핏줄 끈 놓은채,끝내 먼 발치에서 등 돌린 따따이

물음표 뿐인 코피노,휘청거리고 있다

  밤의 절벽, 별똥별이 사선을 긋는다

  *따따이:아빠의 필리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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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경북 영덕, 고려대경영정보대학원

     한국문인협회원,한국문협 인성교육위원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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