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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씀바귀 사랑 외1편 / 김 승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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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뉴스 포엠
기사입력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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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씀바귀 사랑 1



夕塘 김 승 기



나이 들수록 회사일에 家事에 힘이 부친다는 아내를 도와 설거지를 자주 했더니 훈장처럼 매달고 사는 주부습진, 어쩔거나
사랑도 오래 닳으면 보풀이 일어나는 걸까
손바닥껍질이 벗겨져 보푸라기 무성하다

저기 저, 길가에 해바라기하며 늘어서 있는 꽃송이들, 지구와 태양의 오랜 사랑이 닳아서, 지구촌 어느 손바닥에 습진 생겨 껍질 벗겨진 보풀인 걸까

한때 입맛 돋우는 별미로 인기 좋던 봄나물이었으나 지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잡초 취급이나 받는 풀, 쓴맛 제쳐두고 단것만 찾는 밉상들, 당뇨 합병증으로 입안 헐은 꼴이 바로 저 모양이니, 한낱 구강습진의 보푸라기에 지나지 않는 걸까

그렇다 해도 우리에겐 언제나
눈길 닿는 곳에 있는, 실밥 터진 잡초가 아니라 꽃,

아무리 오래도록 부비고 비벼도 여전히 우리 사랑 닳지 않아 활활 불꽃 일어나는 비타민, 나물로 김치로 장아찌로 때로는 효소로 날마다 밥상 위에서 칼칼하게 꽃심지 돋우는데,
혹시라도 습진 생길까 보풀 일어날까 오늘도 사랑을 설거지할 때마다 꼼꼼하게 핸드크림을 바른다







쪽동백, 울어요




미세먼지로 우울증을 앓는 하늘, 팔랑팔랑 아지랑이는 산제비나비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는지 보이지 않아요 햇살은 편두통으로 눈부시게 어지러워요 풀잎마다 톡톡 튀어 오르던 어제의 햇살 아니에요 피톤치드를 섭취하고 싶어도 숲에 들면 나무는 보이지 않고 꽃비만 내려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누이 가슴에 천둥 일고 번개 치더니 꽃비 내려요

 

엄마, 더는 속 끓이지 마셔요 이제 삼포로 갈래요 우울증으로 아파할 미세먼지 없는 삼포로 갈래요 꽃비 맞으며 먼저 가 있을 테니 엄마는 천천히 편해진 마음으로 나중에 오셔요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지랄한다 지랄한다
밤낮 울어대는 앞산뒷산 저 검은등뻐꾸기 울음 속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또릿또릿 꽃망울 벙글던 자식을 꽃상여 태워 보낸 누이, 가슴에 꽃무덤 만들고 나니 바람 뒤집힐 때마다 빈 서랍 여닫듯 헐렁한 가슴속 달그락거려요 구름 뒤집힐 때마다 허옇게 꽃눈이 흩날려요 펄펄 꽃무덤 위에 내려 쌓여요

어떡하라고, 자식 그렇게 보내고 홀로 남은 에미는 어떡하라고, 저기 저 산 너머
구억 궉
복장 터진다 복장 터진다
구억 궉
벙어리뻐꾸기마저 울어쌓는데, 곧 멧비둘기도 찾아와 울면 처량해서 또 어쩌라고,
한바탕 울음 쏟고 나면 가슴속 조금은 시원해질 것 같건만 쌓이는 꽃눈마다 울지도 못하는 복장이 터져요

꽃눈 얼어 서리 맺혀요 오도독오도독 한 닢이라도 밟혀 깨질까 발을 내디딜 수 없어요 멈춰버린 발자국 속에 꼼짝없이 갇혔어요 계절을 움직이는 시곗바늘마저 멈췄어요
오싹오싹 봄이 추워요






프로필
1956년 강원도 속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95년 황금찬, 허영자, 이성교 추천으로 계간마을등단
저서 :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①『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②『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③『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④『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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