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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읽기 외 1편 /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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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04

 

 

      

추석 읽기

 

 


내 뼛속에 두고 온 가을에 배 한 척이 산의 주소에 머무르고 있다

 

그 지번 아래 두고 온 늙은 집 한 채가 뱃고동 쾌속으로 울릴 때 대청마루의 허리는 느리고 걸음은 아프기만 하다 마을 입구의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온 어머니는 돋보기 너머 눈 흔들고 손바람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

 

풀숲의 가을 귀뚜라미가 뉘엿뉘엿 해질까 울어대도 못하는 노을 가에 산새 한 마리가 산마루를 혼자서 넘어온다 구부러진 지팡이가 막내아들 태운 자동차 불빛인 줄 알고 멍멍 짖어대고 배 한 척이 산의 주소에 그렁그렁해지고 있다

 

해처럼 어머니 가고 없는 추석 달밤인데

늙은 집 대청마루 그리운 가을 초상인데

 

 


 

벽 허물기

 

 

#1

안개 속에 누군가 서 있다.

아버지일 게다.

 

당신의 눈앞에 형과 누이만을 불러서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눠주고 있다.

 

그건 희망이 없는 사랑을 가르치는

안개의 비릿한 냄새일 뿐,

봄의 햇살은 아니다.

 

#2

유년의 꿈이 학살당한 무질서 속에

아버지가 서 있다.

부끄러운 평화일 게다.

 

배반으로 길든 이데올로기처럼

안개 속에 옛 상흔이 흐른다.

 

아버지의 거친 두 손에는

타협의 극비문서를 움켜쥐고 있다.

 

#3

아버지의 이맛살에 깊이 파인 주름처럼 그 희미해지는 안개가 젖어드는 생의 끝은 가난을 남기고 떠난 봉분 하나일 뿐,

 

#4

나는

안개 속을

허우적거린다.

음화의 껍질을 벗기며

소외를 배운다.

흐흐흐

 

#5

안개 속에 청결한 바람이 인다. 봄의 햇살 같은 아우성이 들린다. 윤회를 거듭하는 정녕 아버지의 손주 녀석들일 게다.

 

내 아버지 속에 내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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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李鍾根)

 

부산 출생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졸업

계간 미네르바등단

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시 부문 당선

박종철문학상시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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