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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 우화(寓話) 외1편 / 최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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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04

 

▲     © 시인뉴스 포엠



- 오르페우스 우화(寓話)

 

최형일

 


밤 속에서 세운 것이 낮이다.

어둠 안 집을 짓듯이 밖으로

배롱나무 환한 그늘 이래에

비스듬히 열리는 볕을 따라

사라진 그림자를 찾듯이 돌아보면

구름을 인 파아란 파도가 일렁인다.

물 자락을 뭍으로 끌고 댕긴다.

바깥에 숨은 건 시든 그림자다.

뿌리가 궁리한 부름을 도리 친다.

사라진 낮의 무게가 매겨진 밤에

구절초 잎이 되짚어 말을 걸듯이

배롱나무는 늦여름 우화로 붉다.

두레박 쏟은 뭍의 시간이 흥건히

보드랍게 편 바다를 읽어가듯이

처서 귀뚜라미 소리가 귀에 번진다.

긴 뜨락을 끈 것은 몇 줌 햇살이다.

서늘게 바람 볕이 동트는 가을처럼

   

 

 

      

          

- 바닷가 터미널 구두점 점묘(點描)

 

      

비 그친 오후 젖은 길을 잠시 벗는다.

낯익은 옥타비오빠스가 구두를 만진다.

무둣대를 붓 삼아 가죽을 긁어 오린다.

밑창에 깔린 기호들이 바닥에 눕는다.

이고 진 딸국질에 내몰린 발자국을 꿴다.

서너평 컨테이너에 모여든 길을 닦는다.

도심 끝 느낌과 물음이 엉킨 밑줄을 따라

길옆 가로수에 파도소리가 희뿌옇게 선다.

가시나무 잎새에 꽃들의 법문이 열리듯이

생이 벗은 가죽내음이 가시처럼 쓸쓸했다.

떠난 길이 모이고 다시 길을 잡는 곳에서

걷다 벗어놓은 해진 구문(構文)을 짓는다.

바다를 건진 그물에 물빛이 파닥거린다.

검은테 안경을 고쳐 쓴 수선쟁이 아재가

늦저녁을 보도블록따라 터벅터벅 읽는다.

먼 불빛에 쓰다 만 하루가 버스에 오른다.

  


 

최형일 시인 略曆:

'90意識으로 등단

시집 <나비의 꿈>, 창원문인협회원, 전국작가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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