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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꿈외1편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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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02

 

▲ © 시인뉴스 포엠



구름의 꿈

 

이정희

 

 

산 그림자를 키우는 안개 서식지

호수에 구름배가 찰랑인다

지상을 떠돌던 안개

몸이 붕 떠올라 떠돌이 구름이 되었다

 

찢어지고 합쳐지길 여러 번

모험의 세계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바람이 구름 고삐를 잡아끌면

닿지 못할 곳은 없다

 

점점 대담해진 구름

히말라야 능선을 넘고 또 넘었다

어느 날 저체온으로 무거워진 몸

눈이 되어 추락하였다

 

설산 봉우리 외진 풍경

꽁꽁 얼어붙은 결빙의 시간들

 

만년의 형벌을 받고나면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

 

밤마다 찰랑찰랑

손짓하는 물소리에 잠을 설친다

 

 


 

 

모과

 

 

울퉁 엄마가 불퉁 모과를 낳았다

눈도 작고 키도 작다

푸른 강보에 싸여 햇살을 달게 빤다

화려하지도 백옥 같지도 않은 살결

세상 잣대에 한참 미달인 외모

내면을 보여 줄 기회마저 잃었다

 

불퉁 모과가 울퉁불퉁 모과를 낳았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유전자

멍에는 쉽게 떼어 버릴 수 없다

 

시고 텁텁한 모과

바람은 이유 없이 가지를 흔들어댔다

그냥 재미삼아 흔들어 보고

버린 모과가 얼마나 많을까

 

여물지 못하고 떨어진 푸른 모과

향낭이 빠르게 말라간다

 

가을이 다 가도록

눈길 하나 받지 못한 모과

태양은 여미고 다독여 노란 옷을 지어 입혔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향도 챙겨주었다

 

서랍에 꽉 찬 향기

가지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새처럼 허공을 날고 있다

 

입을 열지 않아도 향기에게 말을 건다

 

 

    





이정희 : 경북 고령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시집-길 위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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