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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포크웨이즈. 1 외1편 / 김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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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9-01

 

▲     © 시인뉴스 포엠



카페 포크웨이즈. 1

 

김포金浦의 논들은 날마다 한 마지기 제 허벅살을 도려서 도시의 바람에게 넘겨주었다. 웅덩이를 메우고 거푸집을 짓기 위해 산은 또 제 팔과 다리를 뚝뚝 분질렀다

 

거역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흔 몇 해 깊이 박힌 뿌리를 끊고 그가 훌훌 떠났을 때도 나는 바람에 결박당한 채, 도시에서 건너온 불빛에 속살 허옇게 드러내 놓은 겨울 산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랑잎이 일제히 부르르 몸을 떨었다. 숲 어딘가에서 다시 한 그루의 나무가 스스로를 톱질하고 있을 것이다. 들 끝을 서성이던 해가 갑작스레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억새가 소스라쳐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안고 겨울새들은 여느 때처럼 논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익숙하게 길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번번이 이렇게 그에게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어디로 흐르는지 어디에서 닻을 내리는지, 우리는 뿔뿔이 혼자 떠돌고 있었다

 





 

간월암看月庵가는 길

 

달 보러 간다

물 나간 바다 건너

뵈지 않는 천만 겹의 파도를 넘어

한 걸음 더 가까이

달빛 속으로 간다

 

무량無量한 세월

가부좌跏趺坐틀고 있는

나무 보살菩薩

법의法衣낡은 자락 아래

꿇고 앉은 그림자들

 

세상일은 나 몰라라

비겁하게

비겁하게

그 속에 숨어

극락왕생極樂往生빌고 있는

나를 잡으러 간다

 

이생 다시는 얼씬대지 못하게

멀고 먼 부처 꽁꽁

묶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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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충북 보은 출생

다시올문학주간

부천문인협회, 보은문학회, 풍향계, 달숨 동인

시집적막한 말수상집마음에 걸린 풍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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