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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외1편 / 한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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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31

 

▲     ©시인뉴스 포엠

 

초원 / 한선자

 

 

 

가까이 가자 흉터가 보였다

  

함부로 버리고 간 기도들

초록과 섞이지 못하는 말들

저 혼자 핀 희고 붉은 상처들 

 

바람이 불어서 질문이 많아졌다

 

귓바퀴를 맴돌던 달콤한 입술과

폭풍처럼 쏟아지던 독설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자꾸만 충돌했다

 

우리가 한 때 소문난 거울이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구름 속에는 많은 얼굴들이

봉합되지 않은 채 숨어 있었다

 

먼지도 쌓이면 물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초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흉터가 많았다

 

 

 

 

 

폐사지 / 한선자

 

 

거리에 찍힌 발자국들이 탑을 이루면

사랑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함부로 벗어놓은 비밀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를 때

우산을 쓴다는 것은 이미 늦었다

 

탑이 무너지자 웃음을 잃은 그녀가

모서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났다

나는 산소통 없이 심해로 들어갔다

 

빽빽한 물 틈으로

면발처럼 내려온 햇살로 연명했다

눈먼 거북이가 되었다

 

바다의 바닥에서 그녀를 찾고 있었다

물고기들이 바깥 소식을 간간이 물어왔지만

울렁이는 문장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

 

면도날 같은 입술과 귀는 닫아두고

구멍 뚫린 심장은 소금에 절여두고

한동안 깜깜한 바다에 나를 묶어두었다

 

발바닥에서 물이 새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아질 때까지

 

 


 

한선자 약력

 

2003년 시집 내 작은섬까지 그가 왔다로 작품활동 시작

전북시인상. 전북여류문학상 수상

시집 울어라 실컷 울어라 불발된 연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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