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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화전 지지는 날 외1편 / 주 영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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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31

 

▲     © 시인뉴스 포엠

 

 

어머니의 화전 지지는 날

 
주 영 희

 


도란도란 이웃분들과 만들던 음식

기억속의 내 어머니

어머니의 화전 지지는 날은

웃음꽃도 함박 피는 날이다

 

불린 찹쌀을 곱게 가루로 내리고

붉은 맨드라미, 치자, 시금치를 우려내어

분홍, 노랑, 파랑, 하얀색으로 익반죽을 한다

소로 박을 녹두를 거피하여 삶고

밤도 삶아 동글동글 밤톨만하게 뭉쳐 놓는다

 

고명에 쓸

붉은 대추는 돌려 깍기고 오린 후 젖은 수건을 덮어놓고

껍질을 깐 생밤과 물에 불린

까만 석이버섯도 돌돌말아 가늘게 채친다

철에 기름을 두르고 지지직 소리가 나면

색색으로 물들인 새알만한 찹쌀 경단을

납작하게 퍼가며 소를올려

반달 모양으로 지져낸다

 

철 옆에서 두분 아주머니가 지저내고

어머니는 지져낸 화전에 꿀을 듬뿍 바른 후

채 썰어논 삼색고명을 골고루 뿌려

윤기나는 남원목기 찬합에 차곡차곡 담는다

 

교자상이 환하다

쫀득하고 달콤하니 고명의 맛과 어우러져

꿀맛처럼 진미다

접시에 활짝핀 꽃판을 허물기 싫어

먹기도 아까웠던 화전이다

 







흔적을 담다

 

주영희



여기 초라한 손이 있다

 

갈퀴처럼 구부러진 손등이 펼쳐있는

로스코의 드로잉화

 

거칠고 지친 흔적들로

얼룩져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손도

탯줄에서 분리되는 두려움을 두 손안에

화인으로 새겨

 

무의식 저 너머에 간직하고

 

물을 헤쳐 나왔을 터

 

언제나 생각과 노동의 싸이클이

기계적으로 일상을 새김질하는

 

손바닥을 들여다 보면

 

미로의 퍼즐처럼 생명의 연기(緣起)가

무채색의 밑 그림으로 실금을 긋고있다

 

어느때인가

순결한 목화송이 멍울처럼 피어나기 전

 

세상모르던 민 가슴 계집아이

미모사 꽃술 예민한 촉을 손에 쥐고

있었다

 

세상의 약손과 악손을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 20세기 미국의 초현실주의 화가

 

 



 

 

주영희 시인

2013 " 문학시대 "로 등단

시집 " 그 여자의 창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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