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허밍허밍 외 / 김도경

- 작게+ 크게

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30

 

▲     © 시인뉴스 포엠



허밍허밍

      

김도경

 

 

우리는 여기까지만

도돌이표 삭제된 악보 같은 허밍허밍

달팽이관을 돌아 나온 여기까지만

너는 가고

허밍허밍만 남은

 

우리는 가만가만 한 호흡으로 걷고 있었지

빗금 긋는 지난날이 듬성듬성 따라오는데

해무 사이로 낮게 번지던 너의 목소리

칭얼대는 아이처럼

허밍허밍

 

바다가 파란 장미꽃밭이 되는 순간이 있지

허밍허밍

 

너는 해가 기우는 곳으로 의자를 옮기기 시작했고

나는 수평선에 붉은색 밑줄 긋기가 재미있었어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던 별나라를 향해

허밍허밍

 

바닷물을 찍어 성호를 그어

너의 얼굴 물보라로

허밍허밍

 

붉은 장미꽃밭이었다고 말해줄게, 이제서야

 

 

시집서랍에서 치는 파도수록

 

 

 

때론 2

 

난설헌집에 들렀지요

 

서고에 재가 가득합니다

 

부싯돌 때립니다 딱. .

 

사백오십 광년 찰나의 말이 피고 지셨던가요

 

가슴에 묻어둔 불씨 함박눈으로 예까지 오셨습니까 펑. .

 

인기척이 정녕 당신인가요 홀연히

 

문갑 위의 난이 고고하군요

 

붉게 졌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청아한 달 이국까지 밝게 비추었다던

 

하얀 말들이 소복소복 행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창문 앞 화단에서 상기된 수선화 한 송이

 

봄보다 먼저 닿아버린 발화

 

당신,

 

마음 열어주실는지요

 

글벗 삼아 살아가는 기쁨

 

이 한 생,

 

부용꽃으로 송이송이 진다 한들

 

시집서랍에서 치는 파도수록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시인뉴스 포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