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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를 놓다 외1편/ 성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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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27

 

▲     © 시인뉴스 포엠



모과를 놓다

      

성금숙

 

 

 

모과가 모과나무에 달리는 것은

모과의 뜻이 아니에요

 

오렌지처럼 밝게 자라고 싶어서

수시로 거울을 보느라 패인 눈자위

 

소리 없이 기어드는

발 없는 것들 때문에 손톱을 기르고

모과가 모과로 살기로 결심하면

모과에게서는 모과향이 나기 시작해요

 

벼랑 앞에서 환청이 들리는 듯

자주 뒤를 돌아보고

한 곳을 오래 바라보던

죽은 고모처럼 얼굴이 울퉁불퉁해진,

 

형체가 반 넘게 괴사한

모과가 거의 빠져나간 모과를 주웠어요

모과를 떠나지 않는 모과의 결심이

다음 모과에게로,

그 다음 모과에게로

 

모과나무 아래서 모과의 바퀴를

제 자리에,

가만히 내려놓았어요

 

 

 

 

 

장기적 구직활동에 임하는 구직자의 자세

      

성금숙

 

 

 

그것은 통증입니까

 

악취가 납니까

 

팔 수 없는 물건입니까

 

편의점은 연계성을 고려해 상품을 배열하지

진열대를 돌며 빈 곳을 채우고

구겨진 얼굴들을 반듯하게 펴준다

 

손님들이 먹다 남긴 소시지에

졸음을 이겨 바르고

길고양이에게 던져준다

 

휘파람으로 밤을 불량하게 만들며

불량품처럼

불온서적처럼

못 쓰는 화폐처럼

폐기되는 오늘을 박스에 담는 자정

 

그들을 어디에 묻을까요, 묻다가

이곳에서의 시간을 저울에 올려본다

단호하게 내일의 빵 맛도 단편적이다

부풀었다 터진, 빵의 날들

 

통증이 얇아지면

악취는 견딜 만 했으므로

부위별로 붙일 파스를 모았다

평화시장에서 커다란 가방도 샀다

 

 

약력

2회 정남진신인시문학상 수상 2017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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