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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의 첫 수업시간을 기억하니 외1편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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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26

 

▲     © 시인뉴스 포엠



우리 생의 첫 수업시간을 기억하니

 

 

 

저 애는 교실에 오줌 쌌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나는 순복이 머리카락을 잡았고

순복이도 내 머리카락을 잡았지

 

학교 종이 땡땡땡 울릴 때까지

우리는 운동장 한구석에서 뒹굴었어

근데 순복이는 동창회에 왜 안 나오니

우리 학교 급장인 상구는 어디 가고

번번이 숙제 안 해와 엉덩이 불나도록 맞았던

형곤이는 또 어디로 가서 안 나타나니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넷이나 하늘나라로 갔다 하니

사랑하는 친구들아, 더는 못 떠나게 우리 서로 손잡고 살자

 

       

 

 

 

 

밤을 엮는 여자

 

 

 

장미꽃 피는 유월 정원에서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여쁜 아이들을 꽃그늘에 앉히고

찰칵찰칵 순간들을 눌러 담아

햇살 뒤로 흐르는 시간을 잡아맸었다

 

그 후, 몇 해가 흘러갔을까

칠월 장맛비가 천둥을 부르고

번갯불이 천지를 관통하더니

빗물 넘친 거리는 바짓가랑이를 적혔다

 

햇살에도 마르지 않는 옷이 있다

업보라고 꽁꽁 묶어두었던 보따리를 풀어

한 땀 한 땀 좌판을 두드린다!

기도도, 회개도, 원망도 아닌

오래된 어리석음을 엮는 밤이다

 

 

  

 

 

 

 

 

[약력]김지현

 

 

1961년 전북 남원 출생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4한국산문수필 신인상 수상

2018년 캐나다 한카 문학상 수상

2017문학의오늘앤솔로지로 작품 활동 시작

한국산문 작가협회 회원

시 산맥 특별회원

시집 <선홍빛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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