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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과외공부 외1편 / 박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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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14

 

▲     © 시인뉴스 Poem



물의 과외공부

 

박용운

 

 

어둠에 잠긴 청계호수

저녁 한 권을 다 읽은

촉촉한 물의 알갱이들이 호수를 빠져 나온다

 

소리 없이 주변을 다 암기하는 물안개

호수를 딛고 일어나 허공 한 귀퉁이를 펼친다.

 

주변을 감싸는 자욱한 물의 필체들

 

무지개로 날고 싶은 꿈

뼈가 없어 흐느적거리며

산자락을 휘감고 계곡을 오르지만

하루도 살지 못하는 헐렁한 물방울들

수없이 날갯짓을 하여도

하늘에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가만히 걸어오는 아침

어둠을 살펴 조심조심 걷지만

햇살에 녹아내리는 물의 손가락

풀잎의 겉장이 다 젖었다

 

호수를 빠져나와 날마다 주변을 복습하는

물의 과외공부

또 새벽을 기다린다.

 






봄의 기도

 

박용운

 

바람의 모서리가 뭉툭해지면

겨우내 잠든 뿌리가 어둠을 뒤척이며

일어나는 소리

 

꿈틀거리는 봄이 수상합니다

 

모진 힘으로 무릎을 펴는 도시

도시의 골목까지 걸어오지요

 

보도블록 틈을 잡고

여기 저기 끙,

모가지를 들지만 이곳은 낭떠러지입니다

 

봄은 노랗게 익어가고

거리는 화려하게 변신을 하지만

민들레 노숙자들

도시를 붙잡고 빙빙 돕니다

 

보도블록의 봄은 금세 늙어

어미는 바람의 갈피에 끼워줄

간절한 기도 한 장

밤새 적어두었습니다

 

도로에 뛰어드는 예측이 힘든

위험한 비행이 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별이

기약도 없이 하얗게 흩어질 것입니다

 

하염없이,

또 그렇게 하염없이

 

노숙의 날들이 깊어갑니다

누운 자리가 그들의 집입니다.






박용운

 

경남 남해 출생

농협 은행 퇴임

2018년 시니어 문학상 (. 우수상)

2018년 건설경제 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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