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난독 외 1편 / 이승남 시인

- 작게+ 크게

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13

 

▲     © 시인뉴스 Poem



난독

 

 

 

검은 얼굴의 사내가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 앉아있다

수려한 풍경이 그려진 카드를 손에 쥐고

몇 천개의 계단을 거슬러 올라와

사내는 지금 먼 곳의 집 현관을 두드려 놓고 기척을 기다린다

 

검고 알 수 없는 말,

수천계단의 흔적을 자꾸만 먹어버리는

 

자전거가 지나가고, 아이가 뛰어가고 나귀의 방울이 뛰어가고

검은 등짐이 지나가고 구름이 몇 차례 몸을 바꾸고

문 밖 현관에 앉아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저 쪽 오지의 부재가 길기만 하다

 

길거리 난독의 간판들을 바라보는 눈

설산의 처마를 닮은 눈으로

화려하게 불의 글씨들을 쳐다보고 있다

 

먼 고향의 불 켜진 방과 따뜻한 난로를 생각하는지

자꾸 두 손을 비비며 앉아있는 사내

 

문득 잠그지 않고 나온 텅 빈 부재의 방과 문

문 앞을 서성이는 검은 어둠에게

열려진 불빛만큼의 밝음을 던져주고 싶은 밤

손등으로 날아드는 저 흰 달빛의 온도에

전원을 켜고 싶은 검은 사내가 앉아 있는 밤

 

 

 

소낙비 그치면

 

 

 

들을 지나 냇가를 건너

새들이 지저귀고 물소리 거문고 켜듯

은은히 퍼지는 소리를 따라

소소한 얘기가 가득할 작은 숲으로

가 보리라

 

바람이 잠잠하고

햇살이 찬찬히 스미는 곳

고요히 이는 잔바람이 잠자는 잎들을

흔들어 깨우는 정오,

푸른 정원으로 어서들 와 보셔요

 

삶이 우리를 지치게 하여도

그곳은 우릴 평안케 하며

편백나무 향기 피어나는 정다운 숲은

그대를 기다리는 아주 착한 곳이랍니다

 

정의와 의리가 있는 숲

그곳에서

나무와 잎새에 이는 바람결에

기대어 소곤소곤 얘길 해도 좋아요

풀벌레소리 바람소리 그들만의 합주도

꽤 근사하고 흥겹거든요

 

여러분,

마음과 어깨위에 짐일랑 모두 이 숲에서

훌훌 벗어버리고

숲의 날개 밑에서 맘껏 쉼표를 꾹 눌러봐요

 

오직, 소중한 당신만을 위해서.






-약력

 

이름 : 이승남

출생지 : 강원도

국립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저서 : 물무늬도 단단하다

시 전문계간지 시산맥신인상 등단 및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 한국시학 회원

수원문인협회이사

마음의 행간동인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시인뉴스 포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