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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외1편 / 고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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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13

 

▲     © 시인뉴스 Poem



주렁주렁

고증식

 

그녀의 반짝이는 눈

그녀의 해맑은 웃음

그녀의 유난히 작은 키

그녀의 좁은 어깨에 매달린

세 살배기 쌍둥이 아들과

신용불량자 애기 아빠

혼자된 팔순 시어머니

누워 지내는 친정 엄마

새벽까지 문 닫을 수 없는

그녀의 작은 포장마차에

늦가을이 한창이다

 

 

얼떨결에

고증식

 

나이 팔십에 여주 당숙은

다신 수술 안 받겠다 선언하고

두 해 쯤 더 논에서 살다 돌아갔다

누구는 애통해하고

누구는 대단한 결단이네 평하지만

사실은 무서워서 그랬단다

얼떨결에 한번은 했지만

수술 받고 깨어날 때 너무 아프더란다

이건 조카한테만 하는 얘기지만

치과도 안 가본 놈이 선뜻 따라가고

남자들 군대도

멋모를 때 한번 가는 거 아니냐고

얼떨결에 세월만 갔지 나이 먹었다고

다 깊어지는 게 아니더라고

죽을 때도 아마 그럴 거라고

얼떨결에 꼴까닥하고 말거라고

그렇게 얼떨결을 노래하던 당숙은

내년에 뿌릴 씨앗들 골라 놓고

앞뒤 마당도 싹싹 비질해 놓고

그 길로 빈방에 들어 깊은 잠 되었다

 


 

 

고증식 약력

1959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충남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94한민족문학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환한 저녁』『단절』『하루만 더』『얼떨결에등의 시집과시평집 아직도 처음이다를 냈으며, 한국작가회의 이사 등을 맡았다. 밀양 밀성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자그락자그락 지내면서 마음으로 가 닿은 이웃들 속에서 마알간 시 한 편 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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