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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독 명약火毒名藥 외1편 / 유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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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12

 

 

▲     © 시인뉴스 Poem



 

화독 명약火毒名藥 1

산수유주

 

유수화

 

 

 

눈 오는 날에는 산수유빛 붉은 청주를 권합니다

 

여러 날 그대가 있는 산자락을 오가며 따온 열매,

산수유 300그램을 물 2되에 넣고 팔팔 끓여요

시루에 앉힌 고두밥은 뿌연 김을 올리고

술방의 열기는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알알이 식은 고두밥에 차디찬 밑술이 뼛속까지 시리게

버무리고 치대는, 뜨거움을 삭히기가 참 오래 걸리네요

 

하긴, 마음의 화독도 고질이라 쉽사리 걷어지지 않던데요

시간이 약이라는 처방대로 기다리며,

휘감은 눈발이 툭툭 창틀에 쌓이는 곳으로

손을 내어봅니다

 

시린 손을 마주잡던 사람,

그 불장난 같은 떨림의 뜨거움,

눈발처럼 내 손안에서 녹아내립니다

쥐면 녹고, 잡으면 사라지는 그대,

 

그대 아직도 사랑의 열독에서 발효 중이신가요.

 

 

 

  

 

 

 

아버지 집

청강주

 

 

아버지 집이다

 

층층이 쌓아놓은 상자의 먼지를 쓸어내자

상자 안, 눅눅히 습기 찬 아버지의 일기장,

빛바랜 글자들이 오종종 줄 안에 들어가 있다

 

아버지 시간의 퍼즐 조각에

헐렁하게 빼곡하게

남자의 이름자로 살아가는 것을 접어놓은

소소한 아버지의 그림자가 있다

 

일 년을 더 살자고 집을 팔 수는 없다는,

췌장암 수술을 완강하게 거절해

자식들 마음에 억장의 안타까움을 주던

 

아버지 눈빛은 집이 되어 있다

 

오늘 아버지 집에서 남자의 이름, 위패 앞에

알콜도수가 높다고 즐기시던 청강주를 올린다.

 

 

 

 

 

 

 

 

유수화

<약력>

 

2001 文學創作 등단

시집쏨뱅이의 사랑,화독명약,< 숲속의 시인상> , <한국시문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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