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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역사 외 1편 / 강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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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8

▲     © 시인뉴스 Poem



 

사과의 역사

 

강성철

 

내 몸에서 사과의 흔적을 만져 본다.

아담이라는 수컷의 딱딱한 흔적이

선악의 목울대를 타고

꿀꺽꿀꺽 넘어간다.

 

윌리엄 텔이 아들을 담보로

화살을 날린 결과,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끌어낸

사과의 일화.

그 일화로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

탱글탱글 열리는

붉은 유혹의 알맹이들.

 

떨리는 심장으로 보쌈해온 이브를

양 손으로 쪼개내던

달콤한 사과의 연애와,

이념서클 가입을 권유하는

친구의 가슴 속에서 시퍼렇게 날 세우던

사과의 붉은 이념들이

세월의 목울대를 울컥울컥 역류하는

지금은,

희미한 옛 상처의 기억도

사과처럼 붉게 아물어가는 계절.

 

 

 

 

 

 

선운사 꽃무릇)

 

내가 전생의 업으로 가을의 손금 따라 운명의 길을 내어

핏빛 그리움의 선운사 꽃무릇으로 피어날 때,

너는 저만치서 시퍼런 하늘을 가슴에 파묻고

푸른 꽃대로 구름 위에서 하늘거리고 있었다.

 

내가 저승꽃으로 선운사 주위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하늘 이마 주름 사이, 포자낭 같은 그리움으로

앞서간 너의 흔적을 더듬으며 네 기억 속을 맴돌 때,
너는 그리움이란 이승꽃이 되어 잎을 틔워내고 있었다.

 

꽃과 잎이 한데 어울리지 못하는 꽃이

무릇, 상사화(相思花) 말고는 또, 어디 있으랴!

서로의 흔적을 더듬다가 이승과 저승에서

각기 피어나는 슬픔들!

 

우리의 슬픔은 늘 그렇게 어긋난 길목에서 피어나곤 하였다.

피어나선 늘 그렇게 그리워하며 탱화 속,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는 빛바랜 풍경으로 굳어져 갔다.

 

 

) 사찰 주변에 많이 자라는 꽃으로 9월 말 붉은 꽃이 터지고, 그 꽃이 지고나면 비로소 잎이 난다하여 상사화(相思花)라고도 한다.

 

 

 

 

 

 

 

 

강성철약력

 

1957년 제주 출생

1988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1991 시집 아담아, 네 어디 있느냐?’

1994 시집 실크로드

1998 시집 사강을 지나며

2010 시 평론집 시읽어주는 은행원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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