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로빈슨 크루소가 세든 집외1편 /노 희

- 작게+ 크게

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8

 

▲     © 시인뉴스 Poem



로빈슨 크루소가 세든 집

노 희

 

 

빈 집에 혼자 살고 있다

 

밤이면 살 맞 댈 배우자도

아침이면 챙겨야 할 아이들도

끼니때면 죽 끓여 공경할 어른도

귀가하면 꼬리 흔들며 달려드는 애완견도

무덤 속 같은 적막을 흔들어 깨우는 앵무새도

없다

 

혼자 살고 있는 빈 집에

 

가려운 등 긁어줄 효자손도

계단을 오르내리며 신어야 할 슬리퍼도

따끈한 차 한 잔 끓여 마실 주전자도 찻잔도

고단한 몸 깔고 누워 쉴 이부자리도

불면의 밤이면 읽고 싶은 시집도 듣고 싶은 음악도

없다

 

시간의 먼지만 켜켜이 쌓여 있는

계절의 문풍지가 주야로 펄럭이는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가 바싹 마른

낮선 소년이 던진 호기심 돌멩이가 우리창을 넘어든

대해(大海)를 떠돌던 고깃배가 태풍을 피해 찾아든

 

로빈슨 크루소가 세 들어 살고 있는 바닷가이층집

 

오늘도 구멍 난 세월 한 짝 꿰메고 있는 햇살이

빈 집 거실 한 편 마실 나온 해풍과 말을 섞으며

침침한 내실로 맑은 하늘 한 점 이윽히 품어 들인다

 

 

 

 

 

 

 

나도 몰랐다

 

 

나도 몰랐다

내 안에

 

아마존 숲 전체를 한입에 삼켜도

모자랄 불씨 하나가

두 눈 크게뜨고 가쁜 숨 고르며

밤낮 지켜보고 있었음을

 

행성 하나를 업고도 남을

커다란 짐승 한 마리가

양어깨 쭈욱 내밀고 납작 엎드린 채

등 내밀고 있었음을

 

비 오고 바람 불어

영혼까지 흔들리는 적막 속에

이리도 짐승스런 생의 열망이

활화산 불꽃이

분출 직전으로

무성한 정글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긴채 이윽히 생존하고 있었음을

 

진정 나도

몰랐다

 

 

 

 

 

 

노희 약력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1992년에 문학세계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같은 해

 

크리스챤 신문사에서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어부가 되리 (규장) 사람 숲으로 가서(베드로 서원)

 

노 희 시선(십자성) 하나를 얻기 위해 백을 버린 여자(북랩)

 

공저 다수가 있으며 현재 한국기독시인협회와 국제펜문학회 한국본부 등

 

여러 문학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시인뉴스 포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