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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눈을 감다 외1편 / 김평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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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5

 

▲     © 시인뉴스 Poem



, 눈을 감다

 

 

벚꽃 사이 길이 열린다 노란 개나리가

벚꽃무늬에 기대있다

멀미가 난다 어디로 가는가

이정표 없는 하늘 푸른데

짓눌린 얼굴 기억이나 할까

성호를 긋고 어머니 발끝에 선다

바람이 잉잉 지난다 빛바랜 꽃이

부전나비처럼 부서진다

차가운 방 기침소리가 움튼다

아무래도 봄이다

차를 타고 미어진 길을 간다

어디에서 멈출까 방지턱에서

비틀거리면 또 길이 갈라진다

겨울이었을까 기울어진 느티나무,

얼마나 깊었으면 욕창 저리

상처로 터질까

붉은 바다에서 성사를 본다

파도가 세족례를 한다

더는 꽃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보속의 뿌리가 깊으므로

내일의 침묵, 견뎌야 한다

 

 

 

 

 

 

망상 정류장

 

 

 

기다리던 버스가 멈추었다 서둘러 사람들이 승차하고

내 차례에서 만원이라 탈 수 없단다

서서라도 가겠다 했으나 버스는 그냥 가버렸다

다음 버스는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화가 나 버스회사 번호를 찾았다

연결된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했지만

딴소리를 한다 화가 치밀어 오래된 욕설을 했다

상대방도 낯선 욕을 하고 통화는 끊겼다

이젠 택시라도 타야한다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으나

택시는 그냥 지나쳤다

다시 버스 대합실로 돌아왔다

화장실을 들어가 소변을 보는데 중간 삐끼들이

어린 양아치를 때리고 있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터미널 옆 담벼락에 기댔다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 몇이 찾아와 선물을

내게 주었다 얼결에 받았으나

가지고 갈 일이 걱정이다

다시 택시를 잡아야했다 겨우 멈춘 택시

문을 열다가 술병이 떨어져 목이 나갔다

시장 입구와 공업사 앞을 지났다

고장 나 세워둔 차가 생각났다 주택가 골목

차를 견인해야 하는데

이쯤에서 아내가 있으면 좋으련만

기억나질 않는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그냥

외곽을 달리며 기억이 수신될 때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죽은 듯 자거나 자는 듯 죽거나

 

 

 

 

김평엽약력: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 박사수료

2003애지 등단, 임화문학상(2007), 교원문학상 수상(2009)

시집: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노을 속에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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