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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차선 외1편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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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5

 

▲     © 시인뉴스 Poem



가변차선

박선희

 

 

여름을 끌고 나섰다

연료는 충분했고

소통 원활했고

낮은 지붕들 모여 편안했고

맞잡은 손 따뜻했고

미래는 미래를 향해 달렸다

 

두 발 묶인 겨울이었고 방전된 배터리였고 저체온의 밤길이었고 정체된 도로였고 접근금지 통고였고 흔들리는 눈길이다가 방치된 믿음이었고 벼랑 끝의 바람이었고 맨발의 여자였고 잃어버린 오른쪽 귀걸이였고 짧게 잘린 머리칼이었고 차단된 통화였고 사라진 길이였고

 

때때로 열리고 닫히는

이젠

넘나들 수 없는

가변차선

 

 

 

 

 

 

 

 

 

30초의 발목들

박선희

 

 

 

흑백이 교차하는 황단보도

우르르 몰려든 발목들

멈춰선 차량들 일제히 눈알을 부라리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유독 걸음이 불안한 여자

뒤뚱거리며 내딛는 관절이

파열음 소리를 사방으로 흘린다

신호등

초록에 실려 줄어드는 숫자들

등 떠밀어내듯 재촉한다

클라이맥스를 향한 연주에 무심한 발길

한 옥타브 뛰어오르는 건반과 건반 사이

그녀, 보폭을 늘여보지만

한 발이 또 다른 한 발을 끌어 모을 뿐

불협화음으로 이어진다

 

가끔씩 발목을 삼켜버린

포르티시모* 울음을 쏟아도

무심히 30초는 흐른다

숫자가 제로를 가리키면

갈라져있던 물이 길을 지우듯

횡단보도는 사라지고

요란히 울리는 경적 소리만 흥건하다

더딘 걸음에 반음을 덧대던 그녀,

서둘러 음계를 내려온다

 

 

 

*음악용어 ..매우 세게

 

 

 

 

박선희

 

약력

 

2014월간문학시 등단. 수필과 비평수필 등단

2016년 아르코 창작활동 지원금 수혜. 경북일보 문학대전. 민들레문학상 대상

시집 건반 위의 여자수필집아름다운 결핍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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