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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전정하다 외1편 /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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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5

 

▲     © 시인뉴스 Poem



꽃을 전정하다

 



그대 이룬 생의 빌미가 된 꽃
초입부터 단숨에 잘라내는 무지는
가위의 날카로운 칼날 탓은 아니다
살기 위해 그래야만 된다고
다짐했던 약속마저
몇 번의 웃자란 가지처럼
꽃을 피운 계절이 죄가 되었다
긴 겨울 시린 눈꽃 닮고 싶던 꿈을
매몰차게 외면해야 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가 죄다
해동하기 시작한 나른한 봄처럼
기지개를 펴고 나온 농부가
환장하도록 만개한 꽃을
잘라 내야 하는 것은 숙명
상처 낸 자리가 클수록 씨알 굵은 매실이 달리듯
오로지 세상은 화사한 꽃보다
먹고살아야 하는 절박함이 클 뿐이다
꽃피는 내내 그늘처럼 찾아오는
한 해의 생을 가늠해 보아도
농부의 허기는 잘라낼 수 없다

 

 

 

 

 

 

 

 

 

 

 

 

 

노랑 노란

 

노랑 노란 샛노랑
빛깔 참 예쁘다
노랗거나 더 노랗거나
사람들은 다 노랗다고 말할 뿐이지
들여다보면
노랗지 않고 샛노랗다는 것
그냥 말하면 알아듣지 못할까 봐
치자 빛 마지막 우려낸 것처럼 노랗다했네
나도 한때 싹수 샛노랗다는 말
들은 적 있었지
그 말 들을 땐
등에서 후줄근 땀 맺힌 적 있었지
그 시절 지나고 보니
샛노랗다는 것
나쁜 의미만은 아니었지
마트 들러 눈 가는 대로 손 내밀다
지극하게 물들여진
샛노란 치자 빛 달꽝 되다만 단무지
상표만 떼어 버리면
평생 잊을 수 없을 그 맛
노란 달꽝
다시는 맛볼 수 없을 어머니 손맛 밴
노란 노랑 샛노랑
그 빛깔 참 고왔다는 것을

가슴으로 말해왔지

 

 

 

 

 

 

 

 

 

 

 

박철영

 

1961년 전북 남원 식정리에서 태어났고 한국방송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2002현대시문학시 등단, 2016인간과 문학평론 등단,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산문집 식정리 1961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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