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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외1편 / 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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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3

 

▲     ©시인뉴스 Poem

 



 

비록

 

비록은 가야왕국의 연인이 되는 말

물드는 아우라를 순장하는 말

부치지 못한 편지

먹이 찾아 마을로 내려온 고라니의 발자국과 울음소리

양어미가 친어미 역할을 하고

연기 덮어 재가 되는 말

돌멩이니 생채기니

물처럼 흐르는 관계들

오달진 정리(情理)

비뚤배뚤한 글씨로 답장을 보낸다

건더기가 없는 물긋한 죽

끓인 정성을 삼키는 야광조개국자

벽과 문 사이 경첩에 그려진 나비

가슴골 사이로 날아간다

비록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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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시간

 

빵 냄새가 나요 아니 꽃이 뭉개지고 있어요 아니 삐죽한 암술이 고양이수염을 닮았네요 야옹 소리 들리지 않아 얌전한 부뚜막인 줄 알았죠 어디서 칼과 도마가 나타났을까요 머리와 꼬리가 잘려나가고 번지는 핏빛 개와 늑대의 시간 불그스름한 치마 속 가랑이가 부풀어요 목소리도 바뀌어 쇠고기 사주세요 자주 바뀌는 낯, 낮이 환해 밤은 득시글하죠 안심 스테이크 안심 되나요 와인과 달빛을 오려서붙여 넣으면 쥐도 새도 모르나요 그림자들이 마스크를 쓴 짐승처럼 엎드려요 이 풍경에서 나만 사라지면 될까요 너무 멀지 않고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는 얼마쯤인지 하늘은 다 지켜보고 있지요 말의 화살이 심장을 통과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뒹굴어요 믹서기에 몸이 끼는 거 같아요 후두두위이이 빗발치는데 칫솔질을 하고 나는 입을 다물어요 다물어요 입을

 

 

 

 

 

 

 

 

시집 속의 시 한 편으로 구름의 시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작노트 : 구름은 변화무쌍해서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다. 구름의 모양에서 빵을 연상하고 꽃으로 이어지고 고양이, 부뚜막, 개와 늑대....... 욕망의 이미지로 뻗어가는가 하면 여러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양태는 구분이 무화되거나 반전을 한다. 구름이 갖는 시간에 따른 추이와 세계는 참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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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약력 : 전남 광주 출생. 아주대 국문과 박사 졸업. 2004년 시집달콤한 독으로 작품활동 시작. <열린시학>으로 평론 등단. 시집 청동울음. 평론집스프링시학,다양성의 시. 연구서반복과 변주의 시세계출간. 상명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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