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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중이
수박밭에서 잡풀을 맨다
속옷까지 비지땀으로 흥건하다
쪼그린 다리 잠시 펴고 일어나
이마에 난 구슬땀 훔쳐낸다
콩중이 억새 잎 와자작 베어 먹다가 날아간다
노란 굴렁쇠가 노란 부채를 부치며 날아가듯
공중제비를 하며 저만치 날아간다
열섬이 가득한 수박 밭에도 내 얼굴에도
부챗살 되어 바람을 부쳐주는 콩중이
앞가슴 등판 위에 새긴 딸각이로 연주도 한다
그 딸각이가 딸각 거릴 때마다
수박밭에 퍼지는 싱싱한 세레나데
팥중이
버려진 민둥산 꼭대기 여기는 팥중이 왕국
뒷동산 헬기장에 노래방 차렸어요
발길 뜸한 헬기장에 잠자리 한 마리 오지 않는데
퍝중이 노래 소리는 방방곡곡 울려 퍼져요
콩잎 팥잎을 첩첩 발라먹으며
제 짝을 찾아 밤새도록 노래 불러요
쌍꺼풀진 눈매에 그리움 한 말 머금고 나를 반겨요
재 넘어 누구 오나 바라보며 목청껏 노래 불러요
팥중이 노래 듣다 손가락을 슬그머니 들어 올려요
뒤집힌 세상도 보라며 뉘어놓고 배를 간지럽혀요
팥중이에게서 아버지의 냄새를 맡다가 보내 주어요
아버지가 풀떡풀떡 뛰어다녀요
여기는 예초기 칼날도 없고
옅어진 그리움을 캐낼 수 있는 땅
홀로 남은 아내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무덤
*약력
김상률
2015년 계간 “문학의 오늘로” 작품 활동
시집: 콩중이 콩콩, 팥중이 팥팥
시산맥 특별회원
합동시집: 천개의 귀, 꽃의 박동, 참 좋은 시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