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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꽃 송달*送達 외1편 / 김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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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8-02

 

▲     © 시인뉴스 Poem



망초꽃 송달*送達

       

김은호

 

 

 

누런 봉투 속에서 낯선 문장들 쏟아진다

 

우체부가 건네준 법원 서류의

차디찬 문맥을 더듬는다

 

남자는 바닥으로,

 

남자는 밑 빠진 독을 지고 간다

냉기가 굽은 등에 슬픔을 출렁거리게 한다

 

그가 지고 가는 밑 빠진 계절

흐린 하늘 지고 가면 고갯길

어디에서 누구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무심한 눈망울들, 세상은 개망초

흔들리는 망초꽃들

 

그는 바닥이 되어 간다

밑 빠진 독에 노래를 가득 채울 때까지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흥얼거리며.....

 

남자는 이 바닥을 흐드러진 꽃이라고 부른다

 

 


*법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서면을 보내는 형식적 행위.

 

 

 

 

 

별똥별

 

김은호

 

 

 

등잔 불빛 같은 봄을 수소문하는 저녁

 

전화벨 소리가 형광등 불빛처럼 창백한

택배기사의 음성으로 이어진다

 

비정규직의 어깨에서 내려오는 사료 포대를

따끈한 호빵 하나, 등잔 불빛 감귤이 맞아준다

 

한 입 깨문 달이 그의 얼굴에서 떠오른다

 

고맙다는 말조차 잊은 그와 내가 순간,

달빛으로 함께 부르는 노래

 

- 아득한 산골짝 작은 집에

아련히 등잔불 흐를 때 ……

 

비탈길 내려가는 트럭의 빨간 꼬리등이

별똥별처럼 어머니 계신 곳으로 흘러갔다

 

 

*현대불교문예 <마하야나> 2018, 가을호

 

 

 

 

 

 

김은호/경남 진해 출생. 한국 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

2015년 계간<시와소금>으로 등단.

시집슈나우저를 읽다, 2018.5.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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