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내일, 능소화가 피었다 외1편 / 김밝은

- 작게+ 크게

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31

 

▲     © 시인뉴스 Poem



내일, 능소화가 피었다

김밝은

 

 

 

삐거덕 거리는 마음 곁에서 삼백예순 닷새

하고도 한 사흘쯤 더

 

상처가 없는 생은 기쁨의 날개를 달 수 없을 거라 견디며

입 밖으로 보내지 못한 말들에게서 열꽃이 피어났다

 

얼마나 많은 밤을 툭툭 잘라 허공으로 길을 내는지도 모른 채

 

좋은 사람이잖아 너는

그냥 입술을 깨물면 돼

선명한 피는 잠시 붉을 뿐이야

 

상처가 없는 생은 기쁨의 무게를 모르는 법이라니까

자꾸 손짓하는 사이,

이어붙인 저녁의 발밑에서 겁먹은 기억들이 깜박거렸다

 

남의 둥지에 알을 넣어 둔 뻐꾸기처럼

시치미 떼듯 얼마간의 눈물마저 감춰볼까

갸웃거리는 구름 앞에서

 

온몸으로 껴안았던 저녁들이 너덜너덜해지는 사이

허공에 쏟아버린 표정들이 우지직 거리는 사이

 

내일, 가짜 같은 여름에도 활활

불이 붙을 것이다

 

 

 

 

 

감쪽같은, 어리연 

김밝은

 

 

그랬다 사랑은,

 

지치지도 싫증나지도 않는 놀이를 하다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던 술은 얼굴 가까이에 놓고

꿈꾸듯

잠깐 나를 스르르 벗어놓고 떠났다 돌아왔을 뿐인데,

 

다시 세월을 거꾸로 걸어가는 치매 같아서,

어느 길에선가 부딪쳤을지도 모를 헛것이 자꾸만 나타나서

 

입술 가까이에서 만발하던 웃음

잡아끌던 손

햇살의 입김아래 타올랐던 흔적만 우두커니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눈썹을 치켜떠도

눈물의 시간이 올 때까지는 끝내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없*겠다

 

언제 꽃을 피우기는 했었던가

 

 

*칼릴지브란의 이별의 시간이 될 때까지는 사랑의 깊이를 모른다에서 변용

 

 

 

 

 

 

김밝은 시인 약력:

2013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술의 미학. 시예술아카데미상 수상.

현재 미네르바 편집위원, 월간문학 편집국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시인뉴스 포엠. All rights reserved.